많은 미국의 도시들이 땡스기빙 다음날 저녁에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을 하나 보다. 레이크 오스위고 시도 밀레니엄 플라자에서 점등식을 했다.
우리는 해가 지는 네시 반쯤 다운타운 홀푸즈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밀레니엄 플라자 광장으로 걸어갔다. 밀레니엄 광장에는 마치 파머스 마켓 때처럼 매대가 설치되어 있고 크리스마스 용품을 비롯한 식음료를 팔고 있다. 어느 농장이 데려온 사슴(reindeer) 두 마리도 있었다. 산타클로스의 썰매를 끄는 사슴 종류라고 한다. 기다란 뿔이 신기하지만 좁은 철망 안에 힘 없이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보니 불쌍하기도 했다. 야외에 불을 피워 둔 주변 식당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광장에도 사람들이 많아 걸어다니기 어려울 정도. 평소 음악 공연을 하던 무대에 가니 레이크 오스위고 하이스쿨 합창단이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고 있다. 조그만 아이들도 무대 앞에 앉아서 합창을 즐긴다. 다섯시 반이 되자 점등식 시작. 시장의 개회사와 (아마도) 상인 연합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 엄청나게 화려한 트리는 아니지만 한 달간 연말 분위기를 지탱해줄 터다.
미국인들은 땡스기빙의 기원을 종교 박해를 피해 북미 대륙 뉴잉글랜드 지역으로 건너온 청교도(일명 필그림)들이 원주민들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남아 이듬해 첫 수확 때 원주민들과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감사한 일화에서 찾는다. 하지만 유럽 이주민들의 세력이 커지고 더 많은 땅이 필요하게 되자 50년이 지난 후 이 원주민들은 땅에서 쫒겨나게 된다. 때문에 현재 뉴잉글랜드 지역 원주민 연합회는 땡스기빙 때 애도의 날(National Day of Mourning) 행사를 갖는다고 한다. 여행, 소비, 축제로 즐기는 미국인들에게 원주민을 삶을 기억하라는 목소리가 들릴지 모르겠다. 레이크 오스위고는 워낙 보수적인 동네라 트리 점등식 때 원주민과 관련된 행사나 전시/판매를 볼 수 없었지만, 진보적인 포틀랜드의 점등식 행사 때는 조금 달랐을 지도 모르겠다. (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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