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 노스웨스트 지역에서 어슬렁거리기
케이는 요새 아침 등교할 때도 스쿨버스를 탄다. 스쿨버스가 가장 먼저 서는 지점이라 집에서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가야 하지만, 덕분에 친구들이 스쿨버스에 탈 때마다 반갑게 인사할 수 있어 좋단다. 또 점심도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사 먹고 있다. 그럭저럭 일주일 정도는 먹을만 한 듯. 미국을 떠나기 전에 못해본 사소한 일상을 경험해보기로 한 것일까. 덕분에 아빠와 엄마의 오전 일이 크게 줄었다.
오늘은 포틀랜드 주립대 국제교류처에 방문학자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인터뷰를 다녀오면서 파웰서점과 노스웨스트 지역의 식당, 커피숍에 들렀다.
점심 전에 다운타운의 파웰 서점에 들러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영문판을 샀다. 언제나처럼 주차할 곳을 찾는게 어려웠다. 주차할 곳을 못 찾아 빙빙돌다가 근처 홀푸즈 매장 주차장에 들어갔는데 홀푸즈에서 10달러 이상 구매하면 90분 동안 주차가 무료라고 한다. 파웰 서점 입구에서 본, 지역의 소매점과 협력하여 판매장을 여는 이벤트 소식이 흥미롭다. 방문자들이 서명을 남기는 기둥도 있었던 듯 한데, 이제는 보기만 할 뿐 쓰는 건 불가능 하다. 언제적 서명인지 모르겠으나 한국어 이름도 보인다.
파웰 서점에서 시간 맞춰 돌아와 홀푸즈에서 매운 꿀을 몇 개 샀다. 자동 주차료 납부기에서 등록하려고 했더니 계속 오류 발생. 옆을 살피니 홀푸즈 매장에서 주차 영수증을 등록해야 한다는 설명이 있다. 주차장과 홀푸즈 매장을 왔다갔다 하다보니 주차장 출구를 나설 때는 90분에서 1분이 초과되었다. 추가 주차료로 1달러 결제. 언제나처럼 우연한 좋은 만남과 다소 억울한 경험이 함께 한다.
점심은 멕시코 음식점(Calle 21)에서 부리또와 타코를 먹었다. 점심 때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저녁이 되면 칵테일 마시며 스포츠 중계를 보는 떠들썩한 식당인 듯하다. 점심을 마치고 근처 평점 높은 커피숍(Sterling Coffee Roasters)에서 아메리카노와 두유(soy milk) 넣은 모카를 마셨다. 제이는 우유 대신 두유를 넣으니 배가 아프지 않아 좋다고 한다. 한국있울 때는 몰랐지만 아마도 한국에도 우유 대신 두유나 아몬드 음료를 넣을 수 있는 커피숍이 많을 듯 하다. 옆 좌석에서 주문한 에스프레소에는 따뜻한 물이 든 잔과 빈 잔까지 합해 작은 컵 세 개가 세트다.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서 마시면 에스프레소로 부를 수 없는게 아닐까 싶은데, 여기는 이탈리아가 아닌 포틀랜드니까.
이 지역은 르 귄이 살던 투르먼 거리와 상점들의 분위기는 비슷하다. 하지만 단독주택보단 공동주택이 많은 듯 하다. 투르먼 거리의 주택들이 앞마당과 뒷마당에 나무를 가득 심어놓아 숲 속의 마을 느낌이 강한 반면 여기는 나무 심을 여유 공간이 부족해 휑한 도시 느낌이 강하다. 물론 봄이 되면 가로수의 푸른 잎들이 거리를 가득 채울 것이다.
포틀랜드 주립대 국제교류처 건물은 조용했다. 학생들은 이미 연말까지 2주 방학을 맞아 집으로 떠난 듯. 국제교류처 D 선생은 여전히 유쾌하게 맞아주며 일년동안 어떤 일이 좋았는지,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는지, 방문학자를 위해 제안할 것이 있는지 등을 묻는다. 일년의 생활을 잊지 않게 잘 기록해두라는 제안에 블로그를 쓰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마지막에 방문학자 프로그램 수료증을 출력해 파일에 끼워서 준다. 아, 이런 올드한 문화라니. 디지털 증명서보다 종이 증명서가 더 그럴듯해 보이긴 하다. 국제교류처 앞 복도에는 포틀랜드 주립대 구성원이 여행한 장소 사진들이 붙어 있다. 서울과 제주도 방문 사진도 있더라. (2024.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