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포틀랜드 시 행정구역 내에 있는 초소형 도시인 메이우드 파크 시(City of Maywood Park)와 컬럼비아 강 건너 워싱턴주 밴쿠버 시의 워터프론트 공원에 다녀왔다.
메이우드 파크 시는 오리건주 멀트노마 카운티에 있는 작은 도시다. 오래된 침엽수 숲으로 남아 있던 공간을 부동산 개발업자가 구입한 후, 1940년대 고급 주거지로 개발했다. 지금도 집집마다 커다란 더글라스 퍼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 위성사진으로 보면 바로 옆 동네보다 나무 그늘이 매우 짙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60년대 중반 동네를 가로지르며 205번 도로가 건설될 계획이 발표되자 마을 주민들은 이를 막기 위한 전략으로 1967년 ’도시’로 등록하기로 결정한다. 당시 주간 고속도로 건설 시 도시를 가로지르면 안 된다는 묵계를 이용하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도시인 레이크 오스위고는 행정력과 정치력을 발휘하여 I-5 노선을 도시 외곽으로 밀어낼 수 있었다. 메이우드 파크 시는 도시로 등록하는 전략을 통해 도로 건설 자체를 막지는 못했지만, 10년 간 이어진 싸움 끝에 도로 노선을 외곽으로 비틀어 도시를 반으로 가르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주택가에서 도로가 보이지 않도록 버퍼존을 설치하여 공원으로 이용한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기존 동네와 갈라진 80여 가구를 위한 셔틀버스도 운행된다.
이렇게 불과 0.17평방마일(0.44제곱킬로미터)에 불과한 면적에 300여 가구에 1300명 가량의 시민이 거주하는 도시가 탄생했다. 현재는 인구가 800명 가량으로 줄었다.


포틀랜드 시가 동쪽으로 확장되면서 메이우드 파크를 포틀랜드로 편입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졌으나 주민들은 독자적인 도시를 유지하자고 결정한다. 결국 인구 800명의 작은 도시가 포틀랜드 시 경계 안에 남아 있게 되었다. 시장과 시의회가 선출되지만 따로 시청 건물은 없다. 주거지와 공원과 칼리지만 있을 뿐 쇼핑몰, 카페, 주유소도 없다. 메이우드 파크 시 경계선 외곽 부지에서 주유소, 인(inn), 아시안 마트 등의 상업 시설을 만날 수 있다. 우리도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메이우드 파크 경계에 있는 성당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길을 건너, 마운트 후드 커뮤니티 칼리지(Mt Hood Community College)의 메이우드 파크 캠퍼스 건물 한켠에 있는 시 사무소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어 보았다. 메이우드 파크의 주거지를 들어가면 회전교차로(roundabout) 역할을 하도록 교차로 한 가운데 나무가 심어져 있다. 신기하다. 오리건 주에서는 최근에야 회전교차로가 도입되고 있다. 메이우드 파크의 회전교차로는 언제부터 만들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엉성하면서도 정겹게 보인다. 작디 작은 도시라 많은 돈을 들여 회전교차로를 만들 예산은 없었겠지도 싶다. 그래도 어떤가. 크리스마트 트리가 된 회전교차로를 어디에서 볼 수 있으랴.





바로 집으로 돌아가기엔 아쉬워서 포틀랜드 국제공항을 지나 컬럼비아 강을 건너 워싱턴주 밴쿠버 시에 있는 밴쿠버 워터프론트에 들렀다. 새로 지은 듯한 공동주택과 호텔이 단정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비오고 쌀쌀한 날임에도 와이너리를 비롯한 식당에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호텔 숙박객들이 식사를 하거나 와인, 맥주, 칵테일 등의 술을 즐기기에 편한 장소인 듯 하다. 여름엔 관관객들로 북적북적일 듯.
밴쿠버 워터프론트는 원래 제지공장과 제분소가 있던 곳인데 2008년 부동산 개발회사가 매입하여 수변공원을 포함해 주거/상업 공간으로 재개발했다. 수변공원의 배 모양으로 튀어 나온 부두(Grant Street Pier)도 인상적이다. 2018년 완공되었다고 하는데 지금도 개발이 진행되는 부지가 남아 있다. 컬럼비아 강 맞은 편에 포틀랜드의 주거/상업 공간인 헤이든 섬이 보인다. 근처 포틀랜드 국제공항으로 착륙하는 비행기 모습도 볼 수 있다. 여름에 창문을 열어놓고 있으면 비행기 소음이 신경쓰일 법 하다. (202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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