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년살이131

트라이언 크릭 공원, 벌목의 흔적인 그루터기 찾기 비가 그친 날 트라이언 크릭 공원에 다녀왔다. 오늘은 이전과 달리 센터에서 출발하지 않고, 지난번에 잠깐 들른 분스 페리 다리 하천복원 지점에 가까운, 노스 크릭 트레일헤드에서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트라이언 크릭의 물 소리를 들으며 질척한 길을 걷다보면 나무가 잘려나간 흔적들을 볼 수 있다. 1960년대까지 이어졌던 벌목의 생생한 기록이다. 오늘의 관찰 테마는 그루터기로 정했다. 트라이언 크릭 공원 지역에서는 1800년대 말까지 나무를 베어 통나무 숯을 만드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 숯은 레이크 오스위고 조지 로저스 공원에 남아 있는 용광로에 사용되었다. 통나무 숯을 마차에 싣고 나르던 길이 공원 남쪽 끝자락에 있는 아이언 마운틴 트레일이다. 이 트레일을 걷다 보면 과거에 숯을 만들던 장소라는 표지판도.. 2024. 12. 19.
어슐러 르 귄이 살던 포틀랜드 동네를 다시 걷다 오전엔 맑고 오후엔 살짝 빗방울이 흩날리는 일요일이다. 오랜만에 외식을 하기로 하고 장소를 고르다가, 어슐러 르 귄이 살던 골목길에 있던 마라탕집(Pixiu Mala Hongtang)에 가기로 결정했다. 관련 포스팅: 어슐러 르 귄이 거닐던 포틀랜드 거리를 걷다포틀랜드 시내에 가는 김에 트라이언 크릭 복원사업 현장인 분스 페리 다리를 먼저 찾았다. 분스 페리 다리가 아직 구글 지도에 등록되지 않아 대충 지도에서 트라이언 크릭과 다른 하천이 만나는 부근을 찍고 찾아갔다. SW Boons Ferry Rd와 SW Arnold St이 교차하는 지점에 동영상에서 보던 다리가 보인다. 우리가 트라이언 크릭 공원에 가기 위해 항상 지나다니던 길에 있던 다리였다. 그 때는 몰랐다. 좀 더 일찍 알아보지 못한 게 아쉽다.. 2024. 12. 16.
나무와 숲에 둘러싸여 보낸 포틀랜드 일년살이 포틀랜드 답지 않게 눈과 얼음으로 덮힌 도로를 뚫고 레이크 오스위고에 처음 들어섰을 때 보았던 더글라스 퍼(Douglas fir)가 기억난다. 오리건 주의 상징이기도 한 더글라스 퍼는 한 그루도 아닌 여러 그루가 레이크 오스위고의 관문처럼 높고 곧게 솟아 있었다.더글라스 퍼는 북미 서북부 지역, 특히 오리건주에 많이 자라서, 오리건 소나무(Oregon Pine)라 부르기도 했다. 원주민들은 이 나무로 집을 짓고 배를 만들고 약재를 얻었기에 신이 내려준 선물로 여기며 소중하게 다루었다. 1930년대 이후 더글라스 퍼를 대규모로 벌목해 파는 목재산업은 대공황을 극복하는 주요 수단이기도 했다. 포틀랜드를 스텀프 타운, 즉 그루터기 마을이라고 부른 것은 더글라스 숲을 잘라낸 너른 공터에 남은 그루터기들이 그만큼.. 2024. 12. 13.
포틀랜드 일년살이에서 가장 잘 한 일 포틀랜드에 온 지 벌써 일년이 다 되어 간다. 한국에서 기대했던 것만큼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보니 현지 주민과 수다를 떨며 친해진다거나 남들이 안 가는 장소에 가보는 위험을 감수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매일매일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었다는 점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국에서도 할 수 있지만 아마도 한국에 계속 있었으면 하지 않았을 경험을 우연히 또는 쉽게 해볼 수 있었다는 것. 누가 ‘당신이 포틀랜드 일년살이에서 가장 잘 한 일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나는 ”뒷마당에 오는 야생 새를 위한 모이통을 설치한 것“이라고 답하고 싶다. 어떤 이들은, 한국에서도 아파트에서 앵무새를 키우거나 마당이 있는 집에서 새모이통을 설치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 뭐가 .. 2024. 12. 12.
야생 예술 페스티벌에서 야생을 그리는 오리건 예술가와 작가 만나기 야생 예술 페스티벌(the Wild Arts Festival)에 다녀왔다. 우리는 아침을 먹지 않고 출발해 힐스보로의 브런치 식당(Longbottom Coffee & Tea)에서 아점을 먹었다. 인기가 많은 식당인지, 공장/창고로 둘러싸인 지역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식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일요일이기 때문에? 아니면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오믈렛, 타코, 고추잡채 맛이 나는 요리까지 모두 맛이 있었다. 손님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시애틀에서 간 맥도날드와 비슷하게, 카운터에서 미리 주문하고 계산한 후 테이블 번호표를 가져가 아무 자리에나 앉아 있으면 음식을 가져다 주는 시스템이었다. 음식은 금방 받았는데, 커피는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 짜증이 날 때쯤, 일반 커피는 알아서 컵에 담아와 먹어야 하는.. 2024. 12. 11.
트라이언 크릭에 사는 연어, 송어, 장어를 환대하기 루이스 앤 클락 대학교에서 열린 트라이언 크릭 유역 위원회의 행사에 다녀왔다. 루이스 앤 클락 로스쿨에는 몇 번 가봤지만 루이스 앤 클락 대학교 방문은 처음이었다. 로스쿨과 좀 더 떨어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로스쿨 앞 회전교차를 지나면 바로 옆에 있었다. 약간 내리막 사면에 있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여기가 대학인지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루이스 앤 클락 대학교는 1867년에 기독교 장로회가 남쪽에 있는 알바니 지역에 Albany College라는 이름으로 설립했고, 1934년에 기부를 받아 현재 위치로 대학을 이전하면서 이름을 루이스 앤 클락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1960년대에 장로교와의 공식적인 연계를 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어두워 확신할 순 없지만, 고풍스런 건물과 교회가 대학교.. 2024. 1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