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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

귀국, 약간 낯설고 많이 춥다. 어제 밤 12시까지 짐 정리한 후 세 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새벽 3시에 일어났다. 어제 렌트한 차로 짐을 옮겼음에도 거실에 남아 있는 짐이 상당하다. 일년 동안 이렇게나 많은 물건을 사들였던 것인지. 생각보다 많지만 동료가 잘 챙기시리라 믿는다. 새벽 4시에 렌트한 미니밴을 운전해 4시 30분에 PDX 공항 렌트카 반납 장소에 도착. 이 시간에도 직원들이 있더라. 새벽이라 이용객이 적어 비교적 빨리 카운터 수속을 마치고 보안 검색대까지 통과. PDX 공항 리모델링이 어찌 진행되었는지 궁금했는데, 로비 천정을 나무 구조로 바꾸고 실내에 나무들을 심어놓은 것 정도만 알겠다. 시애틀행 비행기 기다리면서 자동차 보험도 해지했다. 앱에서는 직접 해지할 수도 있는 것처럼 안내했었는데 실제로는 상담 직원과 통화를 .. 더보기
떠나기 전, 집 정리하기 모처럼 화창한 월요일이다. 케이는 마지막으로 학교에 다녀왔다. 나와 제이는 오전 11시에 카맥스로 가서 차를 팔았다. 온라인으로 신청을 해두었기 때문인지 30분만에 차량 검사부터 판매 계약까지 모두 완료되었다. 온라인으로 견적 나온 금액 그대로 주더라. 온라인으로 견적 낼 때에도 마일리지를 약간 바꾸거나 옵션 등을 조정해 보았는데도 금액이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가격 협상을 절대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대충 받아들이는 것처럼 당신도 대충 받아들이십시오. 싫으면 팔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이런 방침일지도 모르겠다. 카맥스에서 불러준 리프트 차량을 타고 집에 돌아왔다. 오후에는 전기 회사와 인터넷 회사에 전화해서 계약을 해지했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는 한 단어라도 못 알아들으면 큰 일 나는 것처럼 대했다면.. 더보기
오리건주 재활용 병/캔 회수기와 동전 교환기 PSU의 L교수님과 워싱턴 스퀘어에 있는 레스토랑(Thirsty Lion)에서 점심을 먹었다. 동료 박사도 함께 했다. 환송회 겸 환영회. L 교수님이 환송 선물로 오리건주 이름이 새겨진 나무 액자를 주셨다. 맞다. 오리건의 기념품은 누가 뭐래도 나무지. 우리도 나무 도마나 쟁반, 조각 등의 나무로 만든 기념품을 귀국 선물로 찾았지만 크고 무거워서 살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L 교수님 덕분에 오리건을 기억할 기념품을 챙겨 돌아간다. 그동안 가족들은 워싱턴 스퀘어에서 쇼핑을 했다. 우리야 자주 가봤지만 동료 박사 가족은 미국식 쇼핑몰은 처음이라 신기했을 듯 하다. 동료 박사 가족과 헤어진 후 우리는 굿윌에 다시 방문해 추가 기부를 하고, 알버슨 마트에 들러 재활용 기기에 캔과 패트병을 반납하고 돌아 왔다... 더보기
이제 짐을 꾸릴 시간, 동네 레스토랑 방문과 굿윌 기부 하루 종일 비 내리는 토요일이다. 집 근처 또 다른 레스토랑(Oswego Grill)에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갔다. 몇 차례 방문할 기회가 있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못 가봤던 곳. 어제도 빈 자리가 있었다면 직장 동료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하기 좋았을 터였다. 테이블마다 의자 뒤로 칸막이가 있는 미국식 레스토랑이다. 11시 30분 시간으로 예약하고 갔는데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다. 우리도 레모네이드와 진저 비어(ginger beer)를 마시며 그릴에 구운 햄버거와 스테이크를 먹었다. 후식으론 야생딸기 소르베(Sorbet)를 주문했다. 식사와 후식 모두 양이 많아 배부르게 먹었다. 진저 비어는 탄산을 섞은 생강 차를 차갑게 식혀서 달달하게 마시는 느낌. 역시나 이름에 ‘beer‘가 .. 더보기
동료 가족 자동차 구입과 레스토랑 저녁 식사 오전엔 DMV에 가서 자동차 등록 카드(vehicle registration card)를 재교부 받았다. 자동차 앞 뒤 번호판에 등록 스티커만 붙이고 다니면 되는지 알았는데, (종이 한 장으로 볼품없지만) 등록 카드도 차 안에 가지고 다녔어야 하는 것이었다. 카맥스에 차를 되팔려고 할 때가 되어서야 확인하다니, 그동안 경찰차에 검문 당할 일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DMV에서는 사정 얘기하니 5달러 수수료를 받고 바로 발급해준다. 점심 때까지는 한국에서 온 동료 직원의 자동차 구입을 도왔다. BoA 은행에서 수표를 발행하고 카맥스로 가서 직원들과 얘기하며 간단한 서류 작업을 마치니 차가 준비되었다. 우리가 차를 살 때는 차에 리본을 달고 사진 찍어주는 이벤트도 있었는데, 이번엔 생략. 기준이 뭔가. 기다릴 .. 더보기
윌러밋강 하구, 소비 섬에서 탐조하기 미국에서 맞는 2024년 마지막 날, 소비 섬(Sauvie Island)에 탐조(새 관찰)하러 방문했다. 소비 섬은 윌러밋 강이 포틀랜드를 통과해 북서쪽으로 흘러 콜로라도 강과 만나 형성된 넓디 넓은 습지에 있다. 과거에는 비가 많이 오늘 겨울에 수위가 높아져 물 찬 습지 상태로 있다가 비 없는 여름에 뭍이 드러나면 원주민들이 사냥이나 채집을 했던 장소였다. 유럽 이주민들이 윌러밋 강과 콜로라도 강 상류에 많은 발전용 댐을 지으면서 수위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고, 섬을 제방으로 둘러싸고 난 후에는 일년 내내 뭍이 드러난 섬이 되었다. 섬 안에 엄청나게 넓은 농지와 농가들이 있다. 가을에 호박과 옥수수를 테마로 하는 농장 축제도 여러 곳에서 열린다. 우리가 탐조하러 간 곳은 라쿤 포인트(Lacoon Po.. 더보기
눈 폭풍에도 하늘을 날아가 소식을 전하는 전령사, 눈 기러기 제이가 창문 밖을 내다보다가 못 보던 새 떼가 보인다며 서둘러 부른다. 하얗고 검은 새들이 둥글게 둥글게 하늘을 돌며 이동하고 있다. 케이와 함께 급하게 마당으로 나가 사진을 찍었다. 멀어서 잘 보이진 않지만 몸통은 하얗고 날개 끝 부분이 검은 색인 듯 하다. 색깔로 보면 황새일 수도 있겠다 싶은데 황새는 저렇게 떼로 이동할 것 같지는 않다. 집에 들어와 검색해보니 겨울에 남쪽으로 이동하는 흰기러기(snow goose)인 듯 하다. 영어 이름인 눈 기러기가 더 정겹게 들린다. 원주민들은 눈 기러기를 하늘과 땅의 소식을 전달하는 메신저로 여긴다고 한다. 다른 기러기와 달리 눈 폭풍이 와도 하늘을 날아 간다. 늦추어서는 안될 삶과 죽음의 소식을 전하려는 듯이. 한국에서 온 비통한 소식에 가슴이 아프다. 윌러.. 더보기
시작하는 설레임과 마무리하는 아쉬움, 그리고 트레일 블레이저스의 승리 토요일에 한국 직장 동료가 2025년 포틀랜드 주립대 방문학자로 도착했다. PDX 국제공항에서 5분 정도 거리에, 도착하는 사람들을 픽업하기 위한 차량이 서른 대 정도 대기할 수 있는 야외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름이 ‘핸드폰 대기 지역(Cell Phone Waiting Area)’이다. 누가 이름을 지은 것일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이륙하는 비행기들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비행장 주변에서 새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공고문이 붙어 있다. 컬럼비아 강의 섬과 습지를 메워 조성한 공항이니 여기도 철새들이 자주 지나는 통로나 중간 서식처 인근일 것이다. 연락을 받고 공항 입구/출구로 가 직장 동료 가족을 픽업해서 레이크 오스위고의 아파트로 왔다. 연락도 없이 동부에서 친척 분이 마중나왔다는 .. 더보기
포틀랜드 시 안의 작은 도시 ‘메이우드 파크’ 오늘은 포틀랜드 시 행정구역 내에 있는 초소형 도시인 메이우드 파크 시(City of Maywood Park)와 컬럼비아 강 건너 워싱턴주 밴쿠버 시의 워터프론트 공원에 다녀왔다. 메이우드 파크 시는 오리건주 멀트노마 카운티에 있는 작은 도시다. 오래된 침엽수 숲으로 남아 있던 공간을 부동산 개발업자가 구입한 후, 1940년대 고급 주거지로 개발했다. 지금도 집집마다 커다란 더글라스 퍼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 위성사진으로 보면 바로 옆 동네보다 나무 그늘이 매우 짙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60년대 중반 동네를 가로지르며 205번 도로가 건설될 계획이 발표되자 마을 주민들은 이를 막기 위한 전략으로 1967년 ’도시’로 등록하기로 결정한다. 당시 주간 고속도로 건설 시 도시를 가로지르면 안 된다는 .. 더보기
영화 관람, 라이언 킹 무파사의 사자후 크리스마스 이튿날 브릿지포트 몰에 있는 영화관에서 라이언 킹 ‘무파사‘를 관람했다. 지난 번 영화관 관람 경험이 있기에 여유 있게 예약하고 12시 관람 시간에 맞추어 영화관에 도착했다. 오전 시간대에는 여전히 사람이 거의 없다.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답게 가족 관람객 몇 그룹이 자리를 잡는다. 나와 제이는 쉬운 영어 대사와 사실 같은 풍경과 주인공 동물들의 움직임에 몰입하였으니, 케이는 재미 없다며 눈을 감아 버린다. 나 역시도 한국어 더빙이나 자막으로 보았다면 이야기 자체는 시시해서 하품을 쉴 수도 있었겠지만, 들릴락 말락한 쉬운 영어 때문에 뻔한 이야기 구조가 오히려 대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반쯤 못 알아 들어도 맥락을 이해할 수 있으니 좋다. 마지막에 갈기가 채 형성되지 못한 어린 사자.. 더보기
이르거나 뒤늦은 포틀랜드 노스이스트 알버타 스트리트 방문 포틀랜드 노스이스트에 있는 알버타 거리(Alberta Street)에 다녀왔다. 올 초 추위를 무릅쓰고 방문했을 때 날이 풀리면 다시 와보자 했는데 결국 똑같이 추운 날에야 다시 오게 되었다. 크리스마스 즈음의 주말이라 거리의 활력을 기대했건만 흐린 날씨에 관광객도 거의 없어 쓸쓸하기만 하다. 역시 따뜻한 여름에 시간을 내어 왔어야 하는 것인가. 6, 7, 8월 마지막 목요일에 차도를 막고 열리는 Last Thursday on Alberta Street 행사나 온갖 분장을 한 사람들이 거리를 누비는 10월 핼러윈 행사 때 들렀어야 했다. 그래도 벽화와 아트숍의 예술품들은 여전하다. 곳곳에 리모델링이나 공동주택 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번 들어갔던 아트숍을 포함해 여러 아트숍과 선물가게를 둘러보다가.. 더보기
포틀랜드 노스웨스트 지역에서 어슬렁거리기 케이는 요새 아침 등교할 때도 스쿨버스를 탄다. 스쿨버스가 가장 먼저 서는 지점이라 집에서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가야 하지만, 덕분에 친구들이 스쿨버스에 탈 때마다 반갑게 인사할 수 있어 좋단다. 또 점심도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사 먹고 있다. 그럭저럭 일주일 정도는 먹을만 한 듯. 미국을 떠나기 전에 못해본 사소한 일상을 경험해보기로 한 것일까. 덕분에 아빠와 엄마의 오전 일이 크게 줄었다. 오늘은 포틀랜드 주립대 국제교류처에 방문학자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인터뷰를 다녀오면서 파웰서점과 노스웨스트 지역의 식당, 커피숍에 들렀다. 점심 전에 다운타운의 파웰 서점에 들러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영문판을 샀다. 언제나처럼 주차할 곳을 찾는게 어려웠다. 주차할 곳을 못 찾아 빙빙돌다가 근처 홀푸즈 매장 주차장.. 더보기
트라이언 크릭 공원, 벌목의 흔적인 그루터기 찾기 비가 그친 날 트라이언 크릭 공원에 다녀왔다. 오늘은 이전과 달리 센터에서 출발하지 않고, 지난번에 잠깐 들른 분스 페리 다리 하천복원 지점에 가까운, 노스 크릭 트레일헤드에서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트라이언 크릭의 물 소리를 들으며 질척한 길을 걷다보면 나무가 잘려나간 흔적들을 볼 수 있다. 1960년대까지 이어졌던 벌목의 생생한 기록이다. 오늘의 관찰 테마는 그루터기로 정했다. 트라이언 크릭 공원 지역에서는 1800년대 말까지 나무를 베어 통나무 숯을 만드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 숯은 (레이크 오스위고 조지 로저스 공원에 형태가 남아 있는) 근처 용광로의 연료로 사용되었다. 통나무 숯을 마차에 싣고 나르던 길이 공원 남쪽 끝자락에 있는 아이언 마운틴 트레일이다. 이 트레일을 걷다 보면 과거에 숯을 .. 더보기
어슐러 르 귄이 살던 포틀랜드 동네를 다시 걷다 오전엔 맑고 오후엔 살짝 빗방울이 흩날리는 일요일이다. 오랜만에 외식을 하기로 하고 장소를 고르다가, 어슐러 르 귄이 살던 골목길에 있던 마라탕집(Pixiu Mala Hongtang)에 가기로 결정했다. 관련 포스팅: 어슐러 르 귄이 거닐던 포틀랜드 거리를 걷다포틀랜드 시내에 가는 김에 트라이언 크릭 복원사업 현장인 분스 페리 다리를 먼저 찾았다. 분스 페리 다리가 아직 구글 지도에 등록되지 않아 대충 지도에서 트라이언 크릭과 다른 하천이 만나는 부근을 찍고 찾아갔다. SW Boons Ferry Rd와 SW Arnold St이 교차하는 지점에 동영상에서 보던 다리가 보인다. 우리가 트라이언 크릭 공원에 가기 위해 항상 지나다니던 길에 있던 다리였다. 그 때는 몰랐다. 좀 더 일찍 알아보지 못한 게 아쉽다.. 더보기
나무와 숲에 둘러싸여 보낸 포틀랜드 일년살이 포틀랜드 답지 않게 눈과 얼음으로 덮힌 도로를 뚫고 레이크 오스위고에 처음 들어섰을 때 보았던 더글라스 퍼(Douglas fir)가 기억난다. 오리건 주의 상징이기도 한 더글라스 퍼는 한 그루도 아닌 여러 그루가 레이크 오스위고의 관문처럼 높고 곧게 솟아 있었다.더글라스 퍼는 북미 서북부 지역, 특히 오리건주에 많이 자라서, 오리건 소나무(Oregon Pine)라 부르기도 했다. 원주민들은 이 나무로 집을 짓고 배를 만들고 약재를 얻었기에 신이 내려준 선물로 여기며 소중하게 다루었다. 1930년대 이후 더글라스 퍼를 대규모로 벌목해 파는 목재산업은 대공황을 극복하는 주요 수단이기도 했다. 포틀랜드를 스텀프 타운, 즉 그루터기 마을이라고 부른 것은 더글라스 퍼 숲을 잘라낸 너른 공터에 남은 그루터기들이 그.. 더보기
포틀랜드 일년살이에서 가장 잘 한 일 포틀랜드에 온 지 벌써 일년이 다 되어 간다. 한국에서 기대했던 것만큼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보니 현지 주민과 수다를 떨며 친해진다거나 남들이 안 가는 장소에 가보는 위험을 감수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매일매일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었다는 점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국에서도 할 수 있지만 아마도 한국에 계속 있었으면 하지 않았을 경험을 우연히 또는 쉽게 해볼 수 있었다는 것. 누가 ‘당신이 포틀랜드 일년살이에서 가장 잘 한 일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나는 ”뒷마당에 오는 야생 새를 위한 모이통을 설치한 것“이라고 답하고 싶다. 어떤 이들은, 한국에서도 아파트에서 앵무새를 키우거나 마당이 있는 집에서 새모이통을 설치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 뭐가 .. 더보기
야생 예술 페스티벌에서 야생을 그리는 오리건 예술가와 작가 만나기 야생 예술 페스티벌(the Wild Arts Festival)에 다녀왔다. 우리는 아침을 먹지 않고 출발해 힐스보로의 브런치 식당(Longbottom Coffee & Tea)에서 아점을 먹었다. 인기가 많은 식당인지, 공장/창고로 둘러싸인 지역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식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일요일이기 때문에? 아니면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오믈렛, 타코, 고추잡채 맛이 나는 요리까지 모두 맛이 있었다. 손님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시애틀에서 간 맥도날드와 비슷하게, 카운터에서 미리 주문하고 계산한 후 테이블 번호표를 가져가 아무 자리에나 앉아 있으면 음식을 가져다 주는 시스템이었다. 음식은 금방 받았는데, 커피는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 짜증이 날 때쯤, 일반 커피는 알아서 컵에 담아와 먹어야 하는.. 더보기
트라이언 크릭에 사는 연어, 송어, 장어를 환대하기 루이스 앤 클락 대학교에서 열린 트라이언 크릭 유역 위원회의 행사에 다녀왔다. 루이스 앤 클락 로스쿨에는 몇 번 가봤지만 루이스 앤 클락 대학교 방문은 처음이었다. 로스쿨과 좀 더 떨어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로스쿨 앞 회전교차로를 지나면 바로 옆에 있었다. 약간 내리막 사면에 있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여기가 대학인지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루이스 앤 클락 대학교는 1867년에 기독교 장로회가 남쪽에 있는 알바니 지역에 Albany College라는 이름으로 설립했고, 1934년에 기부를 받아 현재 위치로 대학을 이전하면서 이름을 루이스 앤 클락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1960년대에 장로교와의 공식적인 연계를 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어두워 확신할 순 없지만, 고풍스런 건물과 교회가 대학.. 더보기
모다 센터에서 “레츠 고 블레이저스”를 외치다 일요일 저녁에 포틀랜드의 농구팀 트레일 블레이저스의 경기를 관람하고 왔다.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는 모다 센터(MODA Center)를 주 경기장으로 사용한다. 모다 센터는 1995년에 새로 지어진 다목적 시설로 농구 경기뿐 아니라 로데오, 서커스, 아이스 하키, 아이스 쇼, 콘서트 등에 사용된다. 사용 목적에 맞게 내부 구획을 바꿀 수 있다. 농구장으로 사용할 땐 좌석이 2만개나 된다고 한다. 2026년엔 포틀랜드 여자 농구팀도 창설해서 주경기장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모다 센터 위치는 암트랙이 서는 철도역인 유니언 스퀘어와 올드타운/차이나타운을 지나 스틸 브릿지(Steel Bridge)를 건너면 나오는 로즈 쿼터 대중교통센터(Rose Quarter Transit Center) 바로 옆이다. 차를 가.. 더보기
세계 각국의 캐롤을 듣고 포틀랜디아 여신상을 보다 포틀랜드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정기 공연을 보러 포틀랜드에 다녀왔다. 12시에 레이크 오스위고 하이스쿨에서 열린 바자회를 잠시 구경했다. 근처 메이커들이 다 모인 듯, 케이 합창 공연이 있었던, 하이스쿨 문화관 건물 내 복도와 카페테리아를 매대가 꽉 채웠다. 어제 트리 점등식에서 본 매대도 여럿 있다. 다들 어디에서 소식 듣고 찾아오시는 걸까. 걷는 게 불편하신 어르신들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반갑게 인사하신다. 저녁 뉴스를 보니 오늘이 ‘소상공인(small business)’을 위한 날이라 한다. 공연이 열리는 뉴막 극장(Newmark Theatre)은 포틀랜드라는 간판이 인상적인 Arlene Schnitzer Concert Hall 건물과 오리건 역사 박물관 건물 사이에 있다. 공연 20분 전에 도착해.. 더보기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과 ‘애도의 날‘ 많은 미국의 도시들이 땡스기빙 다음날 저녁에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을 하나 보다. 레이크 오스위고 시도 밀레니엄 플라자에서 점등식을 했다. 우리는 해가 지는 네시 반쯤 다운타운 홀푸즈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밀레니엄 플라자 광장으로 걸어갔다. 밀레니엄 광장에는 마치 파머스 마켓 때처럼 매대가 설치되어 있고 크리스마스 용품을 비롯한 식음료를 팔고 있다. 어느 농장이 데려온 사슴(reindeer) 두 마리도 있었다. 산타클로스의 썰매를 끄는 사슴 종류라고 한다. 기다란 뿔이 신기하지만 좁은 철망 안에 힘 없이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보니 불쌍하기도 했다. 야외에 불을 피워 둔 주변 식당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광장에도 사람들이 많아 걸어다니기 어려울 정도. 평소 음악 공연을 하던 무대에 가니 레이크 오스위고 하.. 더보기
미국의 추수감사절(Thanksgiving)에 이동하는 8천만명의 사람들 미국의 추수감사절(Thanksgiving) 휴일은 한국의 추석과 비슷한가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만나러 대이동을 한다. 요새는 해외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몇 달 전부터 여행 계획을 짜고 예약을 하기에 이 시기에는 급하게 비행기 표나 숙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도 한다. 뉴스에서도 하루에 몇백만명씩 이동할 예정이라며, 공항과 암트랙에 기자를 보내 현장 상황과 시민 인터뷰 내용을 전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접 자가용을 끌고 이동한다. 땡스기빙 전날인 수요일과 휴일 마지막 날인 일요일은 길이 막히고 교통편이 연착될 수 있으니 미리미리 서두르고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아래 그림은 TV 뉴스 화면으로, 땡스기빙 동안 약 8천만명이 이동하는데 7170만명은 자동차로 580.. 더보기
추수감사절 겸 수업 종강 기념 모임 오늘 오후엔 추수감사절(Thanksgiving) 기념이자 두 달간 이어진 수업 종강 기념으로 한국에서 온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수업을 진행해준 Je 선생에게 카드를 드렸더니, 집에서 직접 구워온 호박 파이를 선물로 주신다. 오늘 식사를 한 Big Al’s는 2월초에 당시 방문학자 가족들과 함께 볼링을 치러 왔던 곳이다. 이번에는 볼링장이 아니라 큼직한 화면에 미식축구 경기가 중계되고 있는 식당에서 모였다. 사람들은 식탁에 앉아 간단한 요기거리와 맥주와 음료를 마시며 경기를 보며 고함을 지른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 경기장에 못 간 아쉬움을 큰 화면을 보면서 푸는구나 싶다. 식탁이 셋으로 나뉘어져 있어, 우리 가족은 처음엔 Je선생과 수업 조교 L 선생 가족과 앉아 기다렸다가, 사람들이 다 도.. 더보기
어슐러 르 귄이 거닐던 포틀랜드의 거리를 걷다 포틀랜드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어슐러 르 귄이 살고 있었다. 아마도 2000년대 초 평택의 군부대에서 근무하던 중 시내 서점에서 우연히 ‘어스시의 마법사 1‘을 집어 들었을 것이다. (번역서의) 차분하고 답답한 문체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팬이 되어 버렸다. 이후 어슐러 르 귄의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구입해 읽었다. 2018년 르 귄이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듣고 아쉬워 했던 기억도 난다. 지금 한국의 집에는 르 귄의 사후에도 꾸준히 번역되어 나온 르 귄의 소설과 에세이가 몇 권 꽂혀 있다. 포틀랜드 일년살이를 계획할 때, 그제서야 르 귄이 살던 곳이 포틀랜드였다는 걸 떠올렸다. 반드시 르 귄의 기념관이나 집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포틀랜드에 오니 르 귄 관련 기념관은.. 더보기
케이, 중학교 합창단 공연에 서다 오늘 저녁엔 중학교 합창단 공연이 있었다. 지난 봄엔 공연을 구경만 했던 반면, 오늘 공연엔 케이도 검정 옷을 맞춰 입고 무대에 섰다. 이번에도 근처 하이스쿨 강당을 빌려서 진행했다. 학생들은 5시 50분에 집합하여 리허설을 했다. 나와 제이는 강당 앞에서 한 시간 여를 기다려 7시에 입장할 수 있었다. 학부모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걸 일찍 눈치채지 못했다면 구석 자리만 겨우 구했을 듯. 다행이 금방 입장하여 앞 자리를 구해 케이와 눈도 맞주칠 수 있었다. 6학년과 8학년 합창반엔 남학생이 꽤 있었지만, 7학년 합창반엔 케이를 포함해 7명 뿐. 6학년 공연이 끝난 후 7학년 입장. 세 곡을 불렀는데 곡마다 자리 배치를 바꾸더라. 뒤이어 8학년 공연이 끝나고 다 함께 모여 무대를 꽉 채운 .. 더보기
뒷마당 새 관찰, 끝이 아니었다. 새들이 겨울을 준비하나 보다. 창가에 앉아 있으면 하루 종일 쉬지 않고 교대로 들락날락 거린다. 가장 큰 변화는 치커디(쇠박새)다. 겁 많은 건 변함없지만 이제 매달아 놓은 새모이통에서도 씨앗을 꺼내 물고 날아간다. 어떤 때는 날아가기 전에 매달려 두 세 개를 먹는 여유도 보인다. 이렇게 십여 차례 반복하고 나면 휴식. 얼마 전에 송 스패로우가 새로 등장했다. 처음엔 한 마리만 오더니 요새는 떼로 몰려 다닌다. 아홉마리까지 세보았다. 혼자 온 송 스패로우는 핀치나 준코 한 두마리가 있으면 공격해 쫒아버렸지만, 핀치 떼가 몰려 있으면 외곽에서 눈치를 본다. 송 스패로우가 두 마리 이상 왔을 때 핀치나 준코는 얼씬거리지도 않는다. 오늘은 흰가슴 동고비(white-breasted nuthatch)가 나타났다... 더보기
다른 집의 포틀랜드 일년살이 구경 지난 주 토요일에 서울시에서 온 방문학자 집을 방문했다. 몇 주 전에 소개를 받았는데 지난 주말에 시애틀에 다녀오느라 이제야 만날 약속을 잡았다. 이 가족은 지난 7월 자녀 셋과 함께 레이크 오스위고에 왔는데 첫째 아이가 중학교 7학년에 다니고 있다 한다. 이름을 묻고 사진을 보내달라 요청해서 보니 케이도 오고 가며 본 적 있는 얼굴이라 했다. 지난 주 초부터 한 번 인사해보라 하였으나 시간표가 달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단다. 미국의 중고등학교엔 아이들끼리만 모일 수 있는 여유 시간을 거의 만들지 않는다. 오전에 집 앞 쿠키 집에서 선물용으로 달콤한 미니 쿠키 세트를 주문했다. 방문할 집은 레이크 오스위고 하이스쿨 맞은 편에 있는데 도로 가에서 보면 나무에 숨겨져 있어 지나다니면서도 아파트 단지가 있.. 더보기
지도를 읽으면 포틀랜드가 보인다 오전에 포틀랜드 주립대에 다녀왔다. 포틀랜드 주립대 국제교육처에서 십년 전에 출판된 ‘포틀랜드스러움: 문화적 아틀라스(Portlandness: a cultural atlas)’라는 책의 저자 특강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두 저자(David Banis and Hunter Shobe)가 포틀랜드 주립대 지리학과에 근무하고 있어서 섭외가 되었나보다.나는 이미 올 초에 지역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해서 재밌게 읽었고 L 교수나 다른 한국인 방문학자들에게도 소개한 적이 있었다. 10년이 지난 책이지만, 오리건주와 포틀랜드에 대해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정보와 이슈들을 지도로 표시된 정보와 함께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포틀랜드 시 행정구역 안에 인구 800명 가량이 사는 작은 도시가 있다는 것 등 포틀랜드 사람들도 .. 더보기
시애틀의 늦가을, 비행기를 보러 가요 두 번째 시애틀 여행 셋째 날. 보잉사의 비행 박물관(the museum of flight)을 관람하고 집으로 돌아오다. 오늘부터 서머타임(daylight saving time)이 종료되었다. 오늘 아침에는 8시에 알람을 맞춘 후 일어났으나, 오늘의 8시는 어제의 9시. 어쩐지 어제보다 일찍 일어났으나 더 오래 잔 느낌이더라니. 이제 케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4시 반쯤이면 해가 진다.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4시면 캄캄해질 듯. 어제까진 한국과 밤낮을 바꿔 4시간 차이였으나 이제 5시간 차이. 포틀랜드가 오후 5시면 한국은 오전 10시가 된다. 과일이 풍성했던 조식을 먹고 10시에 체크 아웃을 한 후 20여분을 달려 시애틀 남쪽의 비행 박물관에 도착했다. 보잉사는 시애틀 북쪽에도 조립공장 근처에 ‘비행의 미.. 더보기
시애틀의 늦가을, 운과 불운 사이를 걷다 두 번째 시애틀 여행의 둘째 날. 전에 못 가본 시애틀 곳곳을 탐방하다. 조식을 먹고 숙소를 나와 T-Mobile 본사 앞에 있는 지역 마트(QFC)에 들러 치약, 로션 등을 사고 난 후 시애틀로 출발. 시애틀 항만 근처 시애틀 예술 뮤지엄(Seattle Art Museum)을 방문. 교차로 스트리트 주차 구역에 주차했는데, 돌아와 보니 47달러 주차 딱지가 끼워져 있다. 내가 주차한 면만 사람들 픽업을 위해 3분 주차만 가능한 면이었던 듯.아트 뮤지엄은 그럭저럭 심심하게 볼 만한 정도. 아무래도 현대 예술 작품들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어른 입장료가 33달러인데 제이와 나는 은행 쿠폰으로 무료 입장, 케이도 14세 이하로 무료로 입장했다. 케이는 크게 흥미는 없었으나, 여러 초상화가 걸린 공간에서 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