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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 일년살이

어슐러 르 귄이 거닐던 포틀랜드의 거리를 걷다

by 포틀랜드 일년살이 2024. 12. 8.

포틀랜드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어슐러 르 귄이 살고 있었다.

아마도 2000년대 초 평택의 군부대에서 근무하던 중 시내 서점에서 우연히 ‘어스시의 마법사 1‘을 집어 들었을 것이다. (번역서의) 차분하고 답답한 문체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팬이 되어 버렸다. 이후 어슐러 르 귄의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구입해 읽었다.

2018년 르 귄이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듣고 아쉬워 했던 기억도 난다. 지금 한국의 집에는 르 귄의 사후에도 꾸준히 번역되어 나온 르 귄의 소설과 에세이가 몇 권 꽂혀 있다.

포틀랜드 일년살이를 계획할 때, 그제서야 르 귄이 살던 곳이 포틀랜드였다는 걸 떠올렸다. 반드시 르 귄의 기념관이나 집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포틀랜드에 오니 르 귄 관련 기념관은 찾을 수 없었다. 올 6월에 르 귄이 살던 집을 작가들의 집필실로 만들어 제공할 것이라는 르 귄 가족의 발표가 신문에 실렸다. 하지만, 언제? 아마도 몇 년 후.

포틀랜드를 떠나기 전에 르 귄이 살던 동네를 찾아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집의 정면을 찍은 사진과 위에서 찍은 지붕 사진만 기사에서 얻을 수 있었다. 투루먼 거리(Thurman Street)에 살았다는 정보를 토대로 멀트노마 공공도서관 노스웨스트 지점을 탐방 거점으로 정했다. 도서관에 르 귄에 대한 정보가 있겠다는 기대도 있었다.

결과는? 르 귄의 집은 못 찾았다. 노스웨스트 투르먼 거리를 따라 한참을 걷고 뒷편 사비어 거리(Savier st)의 집들도 살폈다. 다리를 건너 포레스트 공원(Forest Park)의 트레일이 시작되는 지점인 투르먼 거리의 종착점까지 차로 이동하며 찾았으나 비슷한 집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날이 추워 더 걷지는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사실 우여곡절 끝에 르 귄이 살던 집이 어디인지 찾긴 했다. 하지만 포틀랜드에 있는 동안 다시 르 귄의 집에 가볼지는 모르겠다. 어차피 집 안에 들어갈 수는 없다. 원래 목적도 르 귄이 거닐었을 거리를 걸어보는 것이었을 뿐. 르 귄의 가족들이 작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어 공개한 후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찾겠지. 그 때 나도 한 번 더 이 거리를 걸어보리라. (2024.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