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겨울을 준비하나 보다. 창가에 앉아 있으면 하루 종일 쉬지 않고 교대로 들락날락 거린다. 가장 큰 변화는 치커디(쇠박새)다. 겁 많은 건 변함없지만 이제 매달아 놓은 새모이통에서도 씨앗을 꺼내 물고 날아간다. 어떤 때는 날아가기 전에 매달려 두 세 개를 먹는 여유도 보인다. 이렇게 십여 차례 반복하고 나면 휴식.
얼마 전에 송 스패로우가 새로 등장했다. 처음엔 한 마리만 오더니 요새는 떼로 몰려 다닌다. 아홉마리까지 세보았다. 혼자 온 송 스패로우는 핀치나 준코 한 두마리가 있으면 공격해 쫒아버렸지만, 핀치 떼가 몰려 있으면 외곽에서 눈치를 본다. 송 스패로우가 두 마리 이상 왔을 때 핀치나 준코는 얼씬거리지도 않는다.
오늘은 흰가슴 동고비(white-breasted nuthatch)가 나타났다. 날아가는 모양이 치커디와 비슷해 신경쓰지 않았는데, 치커디와 달리 준코(검은눈방울새) 주변을 서성거리는 모습이 특이했다. 겁을 상실했나 아니면 힘이 세졌나 궁금해 자세히 보니 고개를 쳐든 자세와 턱밑까지 하얀 모습이 치커디와 다르다. 얼른 사진 찍어 동정해 보니 동고비라 한다. 뭐지? 원래 살던 녀석들인가? 겨울이 되어 이동해 왔나?
요새 찾아오는 가장 반가운 새는 얼룩검은멧새(Spotted Towhee)다. 등은 검고 날개에 하얀 점들이 찍혀 있고 옆구리 부분이 갈색으로 선명하다. 처음에는 갈색 배를 보고 아파트 잔디밭에서 가끔 보이던 로빈인가 싶었으나 로빈보다는 머리가 둥글고 하얀 점이 독특하여 검색하니 얼룩검은멧새였다. 우리는 ‘토히’라고 부르기로 했다. 아직까지는 떼로 오지 않고 한 마리씩만 나타난다.
얼마 전 참새만큼 조그만 새 떼가 백여 마리 이상 창문 밖 나무들을 건드리며 날아간 모습이 떠오른다. 새로운 새들이 지나가기도 하겠구나. 먹이를 더 주문해야 겠구나. 뒷마당 새 관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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