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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 일년살이

지도를 읽으면 포틀랜드가 보인다

by 포틀랜드 일년살이 2024. 12. 6.

오전에 포틀랜드 주립대에 다녀왔다. 포틀랜드 주립대 국제교육처에서 십년 전에 출판된 ‘포틀랜드스러움: 문화적 아틀라스(Portlandness: a cultural atlas)’라는 책의 저자 특강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두 저자(David Banis and Hunter Shobe)가 포틀랜드 주립대 지리학과에 근무하고 있어서 섭외가 되었나보다.

나는 이미 올 초에 지역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해서 재밌게 읽었고 L 교수나 다른 한국인 방문학자들에게도 소개한 적이 있었다. 10년이 지난 책이지만, 오리건주와 포틀랜드에 대해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정보와 이슈들을 지도로 표시된 정보와 함께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포틀랜드 시 행정구역 안에 인구 800명 가량이 사는 작은 도시가 있다는 것 등 포틀랜드 사람들도 잘 모르는 사실들도 들어 있다. 대학/대학원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이 지도를 만드는 작업을 기획할 수 있도록 돕고, 동시에 초중고등학생이나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넣은 것도 참고할만한 방법이었다. 학생들이 직접 걸어다니면서 보도의 질을 평가하거나 소음을 측정했다.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생각하는 포틀랜드의 주요 장소와 거리 지도를 만들었다. 이 책은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의 종합적 결과이기도 하다.

I-5 도로가 막히고 주차하고 강의실(Cramer Hall, Room 413)을 찾는데 시간이 걸려 10분 넘게 지각했다. 도착했더니 국제교류처의 D 선생 외에 세 명만 앉아 있다. 생각보다 사람이 없다. 우리가 두 자리나 더 채운 셈이라 늦었는데도 D 선생이 소리없이 반갑게 맞아준다.

두 교수는 이 책을 내용으로 함께 강의를 많이 해 본 것인지 주거니 받거니 만담하는 것처럼 잘 설명한다. 이 책 말고도 2021년에 출판된 ‘Upper Left Cities: a cultural atlas for san francisco, portland and seattle)라는 책도 소개받았다. 오리건주 포틀랜드 외에 워싱턴주 시애틀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를 비교한 지도책이다. 이 책은 출판이 코로나와 겹쳐 홍보를 많이 못한 듯 하다. 후속 작업을 진행하려면 책이 나왔을 때 널리 알려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재원을 확보해야했을 것인데, 많이 아쉬워한다.

반갑게도, 포틀랜드 주립대 지리학과 사무실 앞에 ‘시민과학’ 안내문도 붙어 있다. 시민과학의 과정과 결과가 이러한 책으로 빛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집에 돌아와 책 두 권을 주문했다. 가능하다면 한국에 돌아가 비슷한 작업을 기획해보려 한다. (2024.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