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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 일년살이

시애틀의 늦가을, 운과 불운 사이를 걷다

by 포틀랜드 일년살이 2024. 12. 5.

두 번째 시애틀 여행의 둘째 날. 전에 못 가본 시애틀 곳곳을 탐방하다.

조식을 먹고 숙소를 나와 T-Mobile 본사 앞에 있는 지역 마트(QFC)에 들러 치약, 로션 등을 사고 난 후 시애틀로 출발. 시애틀 항만 근처 시애틀 예술 뮤지엄(Seattle Art Museum)을 방문. 교차로 스트리트 주차 구역에 주차했는데, 돌아와 보니 47달러 주차 딱지가 끼워져 있다. 내가 주차한 면만 사람들 픽업을 위해 3분 주차만 가능한 면이었던 듯.

아트 뮤지엄은 그럭저럭 심심하게 볼 만한 정도. 아무래도 현대 예술 작품들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어른 입장료가 33달러인데 제이와 나는 은행 쿠폰으로 무료 입장, 케이도 14세 이하로 무료로 입장했다. 케이는 크게 흥미는 없었으나, 여러 초상화가 걸린 공간에서 초상화 주인공들이 일정한 지점을 바라보고 있음을 발견했다며 스스로 대견해 했다. 심심한 곳에서도 그럭저럭 재미를 찾아보는게 미국 일년생활의 적응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원주민의 색감으로 실잣기를 하는 체험도 인상적었다. 도자기 세트 작품들이 유리 장 안에 전시되어 있는 곳도 멋있었다. 멋있는 작품을 자랑하듯 전시하려는 것이 아닌 메세지를 만들고 느끼게 하려는 기획과 노력이 느껴진다.


뮤지엄을 나와 항만 쪽으로 내려가다 좁은 골목길(Post Alley)로 들어가니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과 연결된다. 마켓 입구 근처에는 색색의 껌들이 잔뜩 붙어 있는 벽이 있다. 아니, 엽서나 열쇠도 아니고 껌이라고? 도대체 왜?

마켓을 잠시 구경한 후 점심을 먹기 위해 스시집(FOB Sushi Bar)으로 이동. 추운 날씨에도 사람들이 문 밖에 줄을 서 있다. 인기 있는 집인가 보군. 먹고 싶은 스시를 골라 담으면 무게를 재서 계산. 투고 박스에 가득 담았더니 음료수 포함해 42달러. 맛도 괜찮고 비싸지도 않아 좋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몇 주 후에 유튜버가 올린 시식 동영상에서 문제가 발견되어 화제가 되고, 식당은 잠시 문을 닫았다고 한다.)

식사 후 커피 가게를 찾아 조금 걷다 보니 도넛 가게(Top Pot Doughnuts)가 눈에 띈다. 시애틀을 소개하는 유튜브 여행 동영상에서 봤던 듯. 시애틀에서 시작된 도넛 브랜드다. 지역 마트인 QFC와 스타벅스에 도넛 레시피를 제공한다고. 배가 불러서 커피 두 잔에 도넛 하나만 주문해 먹었다. 주문하고 나니 새로운 도넛을 가득 진열대에 가져다 놓는다. 색다른 도넛들이 보이니 아쉽다는 생각도 들지만, 뭐 우리에겐 평범하지만 만족스런 포틀랜드의 코코도넛이 있으니 도넛에 대한 욕망은 그럭저럭 참을 수 있다.


차를 타고 특정한 목표 지점 없이 시애틀 뷰포인트를 찾아 여기저기 이동해보기로 했다. 처음 도착한 매그놀리아 뷰포인트(Magnolia View Point)는 시애틀 도심 뒤로 레이니어 산을 볼 수 있는 장소지만, 오늘은 잔뜩 흐린 날이라서 분위기만 느낀다. 흰 머리 독수리가 나무 끝에 내려 앉는 흔치 않은 장면을 본 건 운이 좋았다. 다음으로 웨스트 포스트 등대로 이동했으나, 주차 금지다. 다른 사람들처럼 돌아나와 멀리 주차하고 산책겸 걸어서 들어갈까도 싶었으나 지나며 본 것으로 만족. 다시 도로를 따라 가다가 원주민 센터(Daybreak Star Indian Cultural Center)를 발견. 센터 갤러리를 방문하고 요트가 가득 떠 있는 바다를 보면서 짧은 숲길을 산책했다. 내 티스토리 프로필의 그림을 만난 장소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놀이터로 꾸민 폐공장 근처 언덕인 가스 웍스 공원(Gas Works Park) 방문. 낮은 언덕이지만 시애틀 도심과 스페이스 니들을 포함해 시애틀스러운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언덕 잔듸 위에는 기러기 떼들이 풀을 뜯고 있다. 멀리 배가 오가도록 다리가 들어올려지는 순간도 보았다.


해가 진 후 또 다른 로컬 마트(PCC Community Market)에 들러 워싱턴주 로컬 맥주를 몇 개 사서 숙소로 돌아오다. 숙소에서 TV 채널을 돌리다 벨뷰 시의회 방송과 레이크 워싱턴 스쿨 디스트릭스 방송을 재밌게 보았다. 여행갈 때마다 로컬 방송을 찾곤 하는데, 의회와 교육청 방송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2024.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