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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 일년살이

미국식 학교 면담의 날? 초중고 학부모-선생님 컨퍼런스

by 포틀랜드 일년살이 2024. 12. 4.

오늘과 내일 이틀은 학부모-선생님 컨퍼런스(parent-teacher conference)로 학부모와 선생님이 면담하는 날이다. 한국의 스승의 날과 비슷한 날인가? 이름만 들었을 땐 모든 선생님과 학부모가 한 데 모여 주제별/과목별로 회의를 하는 모임인가 싶었다. 실제로는 과목별 선생님들이 과목을 듣는 학생들의 학부모를 개별적으로 만나서 상담을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초등학교 때는 학기 초에 학부모가 선생님을 만나는 일정이 있지만, 중고등학교에도 있는지는 모르겠다. 한국과는 달리 담임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은 담임이라는 제도도 없기에) 모든 교과 선생님들을 다 만나서 과목별로 어떻게 적응하고 있으며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얘기 나누는 시간이라니. 물론, 과목별로 10여분 밖에 안 되니 충분한 시간은 아닐 수 있다. 공립학교의 경우는 해야하니 하는 다소 형식적인 행사가 될 수도 있을 듯 하다.

선생님들로서는 꽤나 번거롭고 힘든 일정일 것이다. 케이 학교에서도 월요일과 화요일에 선생님별로 10분 단위씩 시간을 쪼개 인터넷으로 예약하도록 안내받았다. 모든 과목을 다 예약하는 부모들도 있고, 우리처럼 몇 과목만 예약하는 경우도 있다. 잠깐 머뭇거리는 동안 예약이 꽉 차서 듬섬듬성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두 번 오가기로 했다.

예약한 시간에 맞춰 학교에 가니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다. 학부모만 오는 게 아니라 자녀와 함께 오는 가족도 많더라. 어떤 학교는 학생들이 같이 올 경우 미리 학교에 알리도록 하기도 하지만, 케이의 학교는 같이 오는 걸 권장하고 있다. 중간에 시간이 비는 사람들은 복도 곳곳에 전시된 수업 작품들을 구경하기도 한다. 9월 오리엔테이션 때는 보지 못했던 각종 학업 고취 포스터들과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들이 복도 가득히 걸려 있다. 나도 한참을 돌아다니며 살펴보았다. 과목의 내용과 성과 목표를 설명한 자료도 있고,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만든 과제물을 붙여놓은 과목도 있고, 동아리 모집과 활동과 연관된 자료를 만들어 놓은 게시판도 있었다.

선생님들의 눈에, 다행히도, 케이는 조용히 학교 생활을 잘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보다. 공립학교라 학생들이 많아 모든 학생들을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다면서 유의사항이 있으면 꼭 미리 알려달란다. 영어 선생님은 예약이 비어 있어서 20분 넘게 상담하고, 키가 엄청 큰 수학 선생님은 10분이 다 되어가자 카운셀링 선생을 찾아 추가 상담을 안내하고 다시 방으로 휙 사라진다.

이 프로그램은 공식적인 중요한 행사이기에, 선생님들께 감사의 선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 마세요,라는 말도 들었다. 미국에서 초중고 선생님들께 하는 선물하는 때는 대체로 선생님의 생일, 국가 선생님 감사 주간(5월의 첫번째 화요일이 있는 주), 크리스마스 시즌 등이라 한다. (2024.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