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에 서울시에서 온 방문학자 집을 방문했다.
몇 주 전에 소개를 받았는데 지난 주말에 시애틀에 다녀오느라 이제야 만날 약속을 잡았다. 이 가족은 지난 7월 자녀 셋과 함께 레이크 오스위고에 왔는데 첫째 아이가 중학교 7학년에 다니고 있다 한다. 이름을 묻고 사진을 보내달라 요청해서 보니 케이도 오고 가며 본 적 있는 얼굴이라 했다. 지난 주 초부터 한 번 인사해보라 하였으나 시간표가 달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단다. 미국의 중고등학교엔 아이들끼리만 모일 수 있는 여유 시간을 거의 만들지 않는다.
오전에 집 앞 쿠키 집에서 선물용으로 달콤한 미니 쿠키 세트를 주문했다. 방문할 집은 레이크 오스위고 하이스쿨 맞은 편에 있는데 도로 가에서 보면 나무에 숨겨져 있어 지나다니면서도 아파트 단지가 있는지 미처 몰랐다. 살짝 비탈진 산자락에 아파트가 있어 경사가 있어서, 아파트 출입구 쪽에서 보면 1층과 지하층이지만 집 안에서 도로쪽으로 내다보면 2층과 1층이다. 신기하게 한 건물에 8가구가 각자 복층 형식으로 거주하는 듯 하다.
이 분들은 다른 방문학자가 살던 집을 이어 받아 계약했다고 한다. 우리는 계약 기간이 끝나면 관리사무소에서 청소하고 난 후 새로 입주자를 모집하기에 아파트에서는 방문학자끼리 집을 이어받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어받는 사람만 동의한다면 미국에서도 가능한 방법이었구나 새삼 깨달았다. 깐깐한듯 하지만 또 어찌어찌 하면 통하는 세상. 다만, 집 설비가 너무 낡았으나 관리사무소가 교체를 해주지 않아 불편하다고 한다. 관리사무소 입장에선 새로 교체하거나 수선하지 않아도 들어와 살 것인데 굳이 돈을 투자할 필요가 없겠지 싶다. 새로 집을 구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 살던 집을 이어받는 것에는 장단점이 있을테니 뭐가 낫다고 단언하긴 어렵겠다.
케이와 같은 학년인 M은 여기선 7학년이지만 한국에서는 중학교 1학년을 다니다 왔다. 미국은 존댓말 문화가 없다보니 한국인 학생들도 나이와 학년 상관없이 말을 놓는다. 선생님도 “미스터 누구누구”라고 이름을 부르는 서부 지역이니 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 2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케이는 M과 두 형제와 함께 아랫방에서 게임하며 놀았다. 막내는 3학년인데 케이와 이름이 같다. 큰 케이, 작은 케이 되시겠다.
아쉽게도 방문한 집 아파트 전경을 사진 찍을 생각을 못 했다. 대신 우리 아파트 낙엽 청소 장면을 올린다. 낙엽송풍기(leaf blower)로 낙엽을 길 한 가운데로 모아 놓고, 커다란 진공청소기가 달린 차량으로 낙엽을 빨아들인다. 오리건주와 포틀랜드에서 기름 연료를 쓰는 낙엽송풍기 판매를 금지할 것이라는 뉴스가 떠오른다. 아마 개인이 이미 구입한 걸 사용하는 것까지 막지는 못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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