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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 일년살이

모다 센터에서 “레츠 고 블레이저스”를 외치다

by 포틀랜드 일년살이 2024. 12. 10.

일요일 저녁에 포틀랜드의 농구팀 트레일 블레이저스의 경기를 관람하고 왔다.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는 모다 센터(MODA Center)를 주 경기장으로 사용한다. 모다 센터는 1995년에 새로 지어진 다목적 시설로 농구 경기뿐 아니라 로데오, 서커스, 아이스 하키, 아이스 쇼, 콘서트 등에 사용된다. 사용 목적에 맞게 내부 구획을 바꿀 수 있다. 농구장으로 사용할 땐 좌석이 2만개나 된다고 한다. 2026년엔 포틀랜드 여자 농구팀도 창설해서 주경기장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모다 센터 위치는 암트랙이 서는 철도역인 유니언 스퀘어와 올드타운/차이나타운을 지나 스틸 브릿지(Steel Bridge)를 건너면 나오는 로즈 쿼터 대중교통센터(Rose Quarter Transit Center) 바로 옆이다. 차를 가져갈 수 있으나 주변의 민간 주차장들을 찾아서 주차한 후 어둔 길을 걸어야 한다고 해서, 차라리 포틀랜드 대학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맥스 그린라인을 타기로 했다. 금방이다. 15분쯤 걸린 듯. 별로 불편하지 않아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이렇게 이동할 듯 하다.

경기장 바깥엔 분수와 횃불이 있다. 아마도 트레일 블레이저스의 상징인 듯. 경기장 안에는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큰 가방도 안 된다. 다행히 먹을거리를 파는 곳이 무척이나 많아 기다리지 않고 주문할 수 있었다. 경기장 좌석에 앉아서도 먹을 수 있으나 좌석이 매우 좁기에 복도의 식탁에서 먹고 들어오는게 낫겠다.

우리는 경기장 맨 꼭대기 3층의 좌석을 예약했다. 늦게 예매해서 표가 없기도 했고, 농구 경기장은 처음 방문이라 오늘은 분위기나 보고 괜찮으면 다음에 코트 가까운 좌석으로 예매해서 한 번 더 오자는 계획이었다.

경기장은 엄청 크고 화려하다. 경기장 천정에 달린 대형 화면도 눈을 뗄 수 없다. 농구 코트가 멀어 선수들 얼굴을 식별하긴 쉽지 않지만, 가까이서 본다고 해도 어차피 선수들을 잘 모르니 얼굴이 보이느냐 마냐는 중요한게 아니었다. 오늘 상대팀은 댈러스 매버릭스.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보단 인기나 순위가 높은 팀이다. 이길 수 있을까.

우리 좌석 앞 뒤 오른편에 댈러스 팬들이 앉아서 응원한다. 서로 다른 팀을 응원해도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한국 경기장을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포틀랜드 팬은 한국보단 얌전한 듯 하다. 공격할 때 “레츠고 (트레일) 블레이저스”, 수비할 때 “디~펜스”, 상대팀이 자유투를 할 때 봉을 흔들며 시끄럽게 야유하는 것 말고는 다른 응원은 없는 듯. 경기는 막상막하였으나 아쉽게 졌다. 4쿼터 막판역전의 기회가 있었으나 심판은 반칙을 선언. 트레일 블레이저스 선수들이 결정적일 때 공을 빼앗긴다. 옆의 댈러스 팬은 “심판 사랑해요”라고 외쳤다고 케이가 전한다.


아래는 모다 센터에 대한 내용. 언젠가 미국에서 스포츠, 기업가, 도시 개발이 엮이는 방식을 들여다보고 싶은 사례다.

트레일 블러이저스는 1977년부터 12,000좌석의 베테랑스 메모리얼 콜로세움(Veterans Memorial Coliseum)을 주경기장으로 사용해 왔다. 이후 NBA가 인기를 얻고 관중 수가 늘어나자 경기장을 확충하고자 했고, 1988년 팀을 인수한 폴 앨런 구단주는 트레일 블레이저스가 1990년과 1992년 NBA 결승전에 진출하는 성과를 바탕으로 1993년부터 콜로세움 주차장에 새로운 경기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포틀랜드 시는 주차장 부지를 내어주고 로즈 쿼터 운영권도 넘기면서 주변지역 도시재생을 기대했지만, 아직까지 별 다른 성과는 없었다. 경기장과 주변은 여전히 우범 지대. 경기가 있는 날은 보안 인력들이 관람객을 밤 늦게까지 잘 살펴주지만 다른 날은 어떤지 모르겠다. 그나마 여전히 다양한 경기와 행사를 위해 사용되어 온 메모리얼 콜로세움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리모델링에 들어간다고 한다.

모다 센터의 처음 이름은 포틀랜드의 상징을 나타내는 ‘로즈 가든‘이었다. 당시 유명했던 뉴욕시의 보스턴 가든과 메디슨 스퀘어 가든 경기장의 이름을 참고했다. 콜로세움의 나머지 부분은 ‘로즈 쿼터’라 불렀는데 이 명칭은 지금도 남아 있다. 멋진 이름 ‘로즈 가든‘이 특징 없는 ’모다 센터‘로 바뀐 건 2013년. 농구팀과 경기장의 소유주는 오리건의 건강 보험 제공업체인 모다 헬스와 협정을 맺어 10년 동안 ‘모다 센터‘라는 이름을 사용하도록 파트너십을 맺었다. 최근 플로리다 올랜도의 농구경기장이 ‘기아 센터‘라는 이름을 얻은 것도 비슷한 맥락인듯 하다.

로즈 쿼터 대중교통센터(Rose Quarter Transit Center)는 경전철 맥스 레드, 블루, 그린 라인과 여러 버스 노선이 지닌다. 경전철이 연결된 포틀랜드 대권역에서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나는 모다 센터를 짓고 대중교통센터를 나중에 설치했다고 생각했으나, 실은 메모리얼 콜로세움 주차장이 대중교통센터에 바로 붙어 있기에 모다 센터를 이곳에 지은 것이었다. 모다 센터 북쪽에 서는 맥스의 옐로우 라인만 나중에 건설되었다. (2024.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