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정기 공연을 보러 포틀랜드에 다녀왔다.
12시에 레이크 오스위고 하이스쿨에서 열린 바자회를 잠시 구경했다. 근처 메이커들이 다 모인 듯, 케이 합창 공연이 있었던, 하이스쿨 문화관 건물 내 복도와 카페테리아를 매대가 꽉 채웠다. 어제 트리 점등식에서 본 매대도 여럿 있다. 다들 어디에서 소식 듣고 찾아오시는 걸까. 걷는 게 불편하신 어르신들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반갑게 인사하신다. 저녁 뉴스를 보니 오늘이 ‘소상공인(small business)’을 위한 날이라 한다.
공연이 열리는 뉴막 극장(Newmark Theatre)은 포틀랜드라는 간판이 인상적인 Arlene Schnitzer Concert Hall 건물과 오리건 역사 박물관 건물 사이에 있다. 공연 20분 전에 도착해 자리를 잡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연습 소리를 듣고 있으니 어느새 공연장이 꽉 찬다. 오늘 공연 테마는 전 세계의 크리스마스 캐롤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캐롤과 처음 듣는 캐롤을, 영상으로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진 곡인지 설명하면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함께 들려 준다. 가사가 표시되는 것도 괜찮았다. 예수 탄생과 관련된 캐롤들이라 약간 연말 큰 교회 예배에 온 듯한 느낌도 들었다. 케이는 시작하자마자 잠들어 1부는 거의 못 들었지만, 다행히 2부는 정신 차리고 박수치며 열심히 들었다.
공연 후 파이오니어 스퀘어 광장에서 트리를 보고, 옷가게 무지와 애플 매장에 들렀다. 케이는 애플 매장에서 직원의 애플 기기 시연 워크숍을 보고 있다가 워크숍 평가를 요청받기도 했다. 케이 이메일로 평가지가 올텐데, 대체로 이럴 땐 특별히 기분 나쁜 일이 없는한 만점을 준다. 아마 국룰일걸.
오래 전부터 가고 싶었으나 어딘가 멀리 있을거라 생각해 찾아볼 생각을 못했던 ‘포틀랜드 빌딩’이 바로 근처더라. 차를 타고 갈 필요도 없었다. 심지어 두 세번 지나치기도 했을 터였다. 그런데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1982년 건설된 이 빌딩은 당시 기존 주류 건축과 다른 독특한 외관으로 논쟁을 불러온 선구적인 건물이란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지금엔 그저 평범해보일 뿐이다. 다들 그러하듯이.
정문 앞에 서 있는 여신상도 매우 유명하다. 이름이 ‘포틀랜디아’다. 역시 유명한 이상한 드라마 ‘포틀랜디아’의 제목도 이 여신상에서 따 왔다고 한다. 드라마가 한창 방영될 때 이 여신상을, 나뭇가지에 가려 있는지 없는지 알아차릴 수 없는 시청 별관 건물에서 빼내, 모든 방문객들이 볼 수 있는 윌러밋 강변으로 옮기자는 요구도 있었다고 한다. 그랬다면 뉴욕의 여신상처럼 포틀랜드의 상징적인 관문이 될 수 있었을까? 호손 다리 밑에서 다리가 들어올려질 때마다 삼지창 끝에서 번개가 치면 참 멋있을 것 같기도 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케이가 하얗게 변한 후드산을 찍었다. 움직이는 차 안에서 찍으니 선명하게 잡히지 않는데, 확대하니 마치 그림 같다. (202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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