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틀랜드 일년살이

트라이언 크릭에 사는 연어, 송어, 장어를 환대하기

by 포틀랜드 일년살이 2024. 12. 11.

루이스 앤 클락 대학교에서 열린 트라이언 크릭 유역 위원회의 행사에 다녀왔다.

루이스 앤 클락 로스쿨에는 몇 번 가봤지만 루이스 앤 클락 대학교 방문은 처음이었다. 로스쿨과 좀 더 떨어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로스쿨 앞 회전교차로를 지나면 바로 옆에 있었다. 약간 내리막 사면에 있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여기가 대학인지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루이스 앤 클락 대학교는 1867년에 기독교 장로회가 남쪽에 있는 알바니 지역에 Albany College라는 이름으로 설립했고, 1934년에 기부를 받아 현재 위치로 대학을 이전하면서 이름을 루이스 앤 클락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1960년대에 장로교와의 공식적인 연계를 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어두워 확신할 순 없지만, 고풍스런 건물과 교회가 대학교 안에 있었다.

오늘 간 행사는 트라이언 크릭 유역 위원회가 하천 주요 단절 지점을 복원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 유역 위원회의 일원이기도 한 루이스 앤 클락 대학교의 환경동아리인 SEED가 행사장과 간식거리(팝콘, 슈크림슈, 미니 머핀, 마시멜로, 햄, 치즈, 올리브, 에너지바, 음료수 등)와 경품 등을 준비해 주었다. 어떤 사람들이 얼마나 올까 궁금했는데, 행사장에 들어가니 조그만 회의실이 아닌 강당이다. 이미 자리가 가득 차 있어서 맨 뒷자리에 가서 앉았다. 8시까지 두 시간이나 진행. 원래 재미없으면 중간에 나오려 했는데, 어쩌다보니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밥 값은 해야한다는 암묵적 약속.

협력 기관으로 레이크 오스위고 시청에선 오지 않아 궁금해 찾아보니, 복원사업 지점은 포틀랜드 시와 멀트노마 카운티에 속해 있다. 트라이언 크릭 자연공원 자체도 포틀랜드와 레이크 오스위고로 행정구역이 나뉘어져 있다.

행사명은 ‘트라이언 크릭에 사는 어류를 축하하기: 환상적인 영화 보기(Celebrating Fish in Tryon Creek: Fintastic Film Screening!)이었다. 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트라이언 크릭에 사는 생물들, 물 길이 단절된 지점을 복원한 사업들, 복원을 계획 중인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영상이었다. 바다와 하천을 오가는 회류성 어종인 연어, 송어, 태평양칠성장어가 숲이 잘 보전되어 차가운 물이 있는 트라이언 크릭으로 돌아와 생활할 수 있도록 단절되거나 불완전한 물길을 연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세 개의 영상을 상영한 후에는 하천 복원 관련 공무원, 전문가, 단체에서 온 패널을 소개하고 질의응답을 하였다. 우리가 두 번이나 갔던 오리건 시티의 윌러밋 폭포의 복원/재생 사업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저녁이라 깜깜해서 오래된 학교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끼지 못했다. 밝을 때 다시 와보기로 했다. 우리가 좀 더 일찍 알았다면 환경단체의 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했어도 좋을 뻔 했다. (2024.12.5.)


이틀 후 밝을 때 대학교를 다시 방문해 보았다. 부슬비가 내렸지만 작은 교정을 산책하는데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지난번 행사가 열린 학생회관에도 들어가 보고, 해리포터에 나올듯한 고풍스런 건물, 연못, 다리, 숲을 밝은 날에 다시 구경하였다. 이 속에 위치한 도서관에는 학생들이 모여 공부와 토론을 하고 있다. 자연과 고풍스런 건물이 통유리창 가득 보이는 창가 책상에 앉아 책이라도 읽고 싶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2024.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