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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 일년살이

야생 예술 페스티벌에서 야생을 그리는 오리건 예술가와 작가 만나기

by 포틀랜드 일년살이 2024. 12. 11.

야생 예술 페스티벌(the Wild Arts Festival)에 다녀왔다.

우리는 아침을 먹지 않고 출발해 힐스보로의 브런치 식당(Longbottom Coffee & Tea)에서 아점을 먹었다. 인기가 많은 식당인지, 공장/창고로 둘러싸인 지역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식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일요일이기 때문에? 아니면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오믈렛, 타코, 고추잡채 맛이 나는 요리까지 모두 맛이 있었다. 손님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시애틀에서 간 맥도날드와 비슷하게, 카운터에서 미리 주문하고 계산한 후 테이블 번호표를 가져가 아무 자리에나 앉아 있으면 음식을 가져다 주는 시스템이었다. 음식은 금방 받았는데, 커피는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 짜증이 날 때쯤, 일반 커피는 알아서 컵에 담아와 먹어야 하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언제나처럼.

야생 예술 페스트벌은 매년 땡스기빙 즈음하여 일년에 한번 진행되는 행사로 올해가 44회차라고 한다. 몇년도에 처음 시작되었는지 확인할 수는 없는데, 2012년에 시작한지 40년쯤 되었다는 기사를 보았으니 적어도 50년은 된 행사로 보인다. 설립된지 백년이 넘은 ‘오리건 조류 연합(Bird Alliance of Oregon)’의 회원들과 오리건 지역의 예술인과 작가들이 함께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한다. 내가 좋아하는 포틀랜드의 SF 작가인 어슐러 르 귄도 야생 예술 페스트벌의 주요 참여 작가였던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오리건 조류 연합은 올해 초에 ‘포틀랜드 오듀본 협회(Audubon Society of Portland or Portland Audubon)라는 이름을 현재 이름으로 바꾸었는데, 유명한 조류학자인 오듀본의 인종차별주의 행적이 새롭게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부지역 답다.


행사 장소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장소를 선정하여 개최하려는 노력을 하는 듯 하다. 이번 페스티벌은 힐스보로에 있는 윙스팬 이벤트 앤 컨퍼런스 센터(Wingspan Event and Conference Center)에서 열렸다. 이 센터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여 2020년에 건축되었다고 한다. 나비 날개 모양의 지붕은 근처 힐스보로 공항과 해안 산맥의 윤곽을 본땄고 목재 기둥을 교차시켜 쌓은 형태도 오리건주의 목재 산업 유산을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입장료는 어른 13달러, 청소년은 무료. 종이 표나 팔찌 대신 손목에 도장을 찍어준다. 행사장을 들어가면 오른쪽에 많은 책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스무명 가량의 작가들이 책상 위에 책을 몇 권 쌓아 올려두고 앉아 있었다. 좋아하는 작가를 찾아 책에 대한 설명도 듣고 싸인도 받는 듯 했다. 우리는 아는 책도 없고 작가들과 얘기할 엄두도 안나 왼 편에 있는 예술품 전시/판매장으로 바로 들어갔다.


60개 이상의 부스에서 예술인들이 자신들이 만든 작품을 전시해두고 있었다. 야생 생물과 경관을 소재로 한 다양한 재료와 형식의 작품들이 가득했다. 사진, 그림, 판화, 조각, 금속공예, 유리공예, 섬유공예 등. 작품 수준도 높은데 표현 방식이 서로 겹치지도 않았다. 매년 한 번 개최되는 행사인만큼 오리건주 내 역량있는 작가들을 신경써서 섭외한 티가 난다. 케이는 예술 작가들의 명함을 수집했다. 사고 싶은 작품들이 많았으나 수백, 수천 달러가 넘어가는 가격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케이는 나무로 만든 (살짝 흔들면 튀어나오는) 성을 하나 사고, 나는 작은 나무 캠버스에 그린 야생 새 그림 6점을 샀다. 행사 홈페이지엔 작가들을 소개와 홈페이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이 잘 설명되어 있어서 집에 돌아와 팔로윙을 했다.


행사장 가운데에 있는 공간에선 작가나 일반인들이 기부한 물품과 서비스에 대한 경매 행사(silent action)가 진행되고 있다. 일요일 오후 3시까지 온라인으로 원하는 가격을 적어내면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이 낙찰받는 듯 하다. 가격이 설정된 물품이나 서비스의 경우 바로 구매할 수도 있다. 서비스 중에는 ‘골프 레슨 1시간’도 있는데, 이런 서비스를 기부한 사람은 아마도 프로 선수이겠지 싶다. 경매 외에도 25달러를 내고 추첨권을 살 수도 있다. 입장권, 도서 및 예술품 구매, 경매, 추첨권 구입 등 모두가 이 행사와 오리건 조류 연합의 활동을 지원하는 기부의 일종이지 싶다. 우리도 조금이지만 기여했다!!!

행사장을 나오려는데 작은 방에서 작가/예술인들이 15분씩 작은 강연을 연속해 진행하는 리그나이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잠깐 들어가 할아버지 사진 작가의 설명도 들어보았다. (2024.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