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브뤼노 라투르, 니콜라 트뤼옹, <브뤼노 라투르 마지막 대화>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인 니콜라 트뤼옹(Nicolas Truong)이 2021년 브뤼노 라투르와 나눈 대담을 기록하여 2022년 출판한 를 쉬엄쉬엄 읽고 있다. 를 옮긴 바 있는 이세진 번역가가 옮겼고 복복서가에서 2025년에 출판했다. 프랑스에서 정치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연세대에서 강의하고 있는 배세진 연세대 강사가 감수하고 해제를 덧붙였다. 프랑스어 제목은 로 우리 말로 직역하면 ‘지구에 거주하기’다. 한국어 책 제목인 는 2022년 타계한 브뤼노 라투르의 마지막 인터뷰라는 점을 강조한 것일테다. 브뤼노 라투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한국에 제목을 보고 무엇을 기대할까. 어차피 이 책을 읽을 사람은 브뤼노 라투르를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라 본 것일까. 트뤼옹은 서문에서 2017년에 나온 (국내 제목은 ‘지구.. 더보기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하고 있다. 지난주엔 밥을 먹을 때 숨을 쉴 수 없고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아마 증상은 천천히 진행되었을 것인데 가벼운 감기에 걸렸거나 사무실 환기가 안 되었거나 컴퓨터 화면을 집중해 보느라 눈과 머리가 아픈 것이라 생각하고 말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이비인후과를 찾아가 처방을 받아 약을 먹고 나잘 스프레이를 뿌렸다. 증상이 바로 호전되지는 않는다. 약은 왜 이렇게 독한지 점심시간 이후에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얼굴이 푸석하고 눈이 휑한 것은 덤. 지난주와 이번주 자문의견을 대충 쓰거나 발표자료를 아직 구상하지 못하는 건 모두 알레르기 비염 때문이다. 지난 금요일, 오전에 반차 낸 후 오후에 출근해 책장 위에 쌓인 먼지를 닦았다. 회사에서 바닥 청소는 가.. 더보기 임영신, <기후여행자> 지난주에 서울 오고가는 기차에서 읽은 책. 2025년 임영신 작가가 열매하나 출판사에서 낸 . '여행, 멈출 수 없다면 바꿔야 한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친척들이 모였을 때 내게 기후변화에 대해 묻곤 한다. 복잡한 얘기를 할 수 없으니, 아마 지금이 가장 낭비적으로 살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일 것이라는 정도로 대답한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처럼 맘껏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내 기대와 달리 '그렇다면 지금 즐겨야지'라는 반응이 돌아올 때가 있다. "아니, 아이들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여행을 즐길 수 있을거야."라고 덧붙이고 싶은데 설명이 궁색하다.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전 세계 기준 1인당 탄소배출량은 평균 4.6톤이다. 지구.. 더보기 점심 후 탐조 기록 회사 주변에 도시숲과 숲길이 있다. 멀리 돌면 40분 가깝게 돌면 10분 걸음. 점심 때 쌍안경을 챙긴 후 동료들과 함께 10분 경로를 천천히 걸었다. 점심 먹기 전에 식당 앞에서 밀화부리를 보았다. 지나가던 이들도 궁금해하며 쌍안경을 뺐는다. 숲길에선 멧비둘기밖에 안 보여 아쉬웠는데 개활지에 나오니 노랑턱멧새, 박새, 쇠박새,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가 바쁘게 움직인다. 쇠딱다구리 소리를 듣고 안쪽으로 이동하니 나무를 오르내리며 부리를 꽂아넣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와우. 내일 산책로 옆 개활지에 먹이통과 물통을 가져다 놓기로 했다. (2025.4.3.)산책길 탐조 첫날이 예외적으로 운이 좋았던 것일까. 오늘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동료 8명이 함께 산책길을 걸었는데 어치와 까마귀가 어정쩡하게 다른 새를 .. 더보기 에릭 와이너, <천재의 지도> 지난 주엔 국회토론회 토론문과 신문 칼럼 원고를 쓰느라 신경을 썼더니 무거운 책을 피하고 싶었다. 책장을 둘러보니 에릭 와이너가 2016년에 지은 라는 책이 눈에 들어온다. 2018년에 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가 2021년에 로 제목을 바꾸어 다시 나왔다. 출판사는 문학동네. 잘 몰랐는데 에릭 와이어는 , , , 등의 책을 썼고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작가라 한다. 세계 곳곳을 여행다니며 철학자의 삶을 연결시켜 유머있게 살짝 비틀거나 비꼬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철학을 공부하고 기자 생활을 경험한 책 쓰는 여행가인가. 머리말을 넘기며 정말 깔깔대며 웃었다. 블로그에 포틀랜드 일년살이를 쓰면서 내가 도달하고 싶었던 스타일을 만난 듯 했기 때문이다. 관찰을 하고, 흔하게 듣지 못했을 여러 이야기들을 모으고.. 더보기 환경운동가의 농사, 즐겁고 충만한 일 충남 홍성에 정착해 환경운동을 하면서 유기농업에도 도전하고 있는 지인이 지난주에 찧은 현미를 보내주었다. 몇년 전부터 꿀벌을 키우더니 올해 말에는 꿀벌 책도 나오나보다. "꿀벌의 생태와 꿀벌이 사라지는 시대 양봉 마차를 잘못 타버린 이야기"라니 아마 책을 읽다보면 웃다가 울다가 한숨쉬다가 박수치다가 정신없을 듯 하다. 농산물 꾸러미도 시작한다고 한다. 시작은 이웃 농부들 비중이 높지만 점차 자신들의 농사물 비중을 높일 것이라 한다. 블로그를 개설해 꾸러미사업과 농장 소식을 기록한다고 한다. 이 와중에 '막걸리의 친구들'이라는 협동조합(instagram.com/makchin.hongdong/)과 농사짓는 법을 도와주는 진짜 농부 캡틴H의 카페(cafe.naver.com/bluefarming)에 들어가보라며.. 더보기 송성수, <한국의 산업화와 기술발전> 과학기술사 관련 책을 읽고 싶었는데, 책장에 이 책이 꽂혀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 근무했고 현재 부산대학교에 재직 중인 송성수 교수가 ‘한국의 과학과 문명’ 시리즈의 하나로 낸 책이다. 출판사는 들녘. 이 책을 왜 샀을까? 아마 포틀랜드에 가기 전 페북에서 경남대 양승훈 교수의 추천글을 읽고 충동적으로 구매한 듯 하다. 산업, 지역, 일자리에 대해 고민이 많아서 이것저것 읽고 있던 때였겠다. 의 부제는 ‘한국 경제의 진화와 주요 산업의 기술혁신’이다. 1950년대부터 한국 경제의 변동과 산업의 성장, 이에 맞추어 기술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주석과 참고문헌을 빼고도 470여쪽에 달한다. 한국의 산업화와 기술발전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본 책이 없어서 저자의 관점이나 정리가 특이한지.. 더보기 미세먼지와 산책 목이 칼칼하다. 포틀랜드의 겨울과 초봄은 항상 비가 내리지만 하루에 몇 시간 구름 사이로 드러난 새파란 하늘 덕에 우울함을 벗을 수 있었다. 늦은 봄과 여름과 가을의 항상 맑은 하늘은 쾌적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산불이 크게 번지는 건조한 여름을 제외하곤 집 근처 공원이든 하천변이든 바닷가든 산 속이든 숨 쉬는 것이 마냥 즐거웠다. 때문에 대체로 (이번엔 특수한 상황이 있었지만) 사람들이 짧은 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 미세먼지를 가장 걱정한다. 몇 년 사이 국내 미세먼지 평균농도는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새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 주변에 산이 있다면, 굳이 미세먼지 측정앱을 보지 않더라도, 저 산이 보이느냐 보이지 않느냐로 오늘의 대기질을 가늠해볼 수 있다. 서울이라면 .. 더보기 마리아나 마추카토, <미션 이코노미> 복지부동. 공무원을 부러워 하면서도 풍자하거나 얕잡아보고 싶을 때 흔히 사용하는 말. 1990년대부터 요지부동이라는 사자성어에 빗대어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데, 마치 오래된 사자성어처럼 인식된다. 실제로 공무원들과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하거나 구상해야 할 때,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공무원들을 만나게 될 확률이 높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딴에는 과감하고 말랑말랑하며 멋있는 제안을 구상하고 우여곡절 끝에 채택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얌전한 모양으로 굳어진 그저그런 사업으로 바뀌어버리곤 한다. 위험을 감수하다가 징계를 받거나 한직으로 밀려나는 공무원 사례도 여러 번 들었다. 행정의 전반적인 환경은 복지부동을 조장하는데, 간혹 정치인 출신의 리더는 공무원들에게 과감하라고 요구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과감.. 더보기 수첩과 화이트보드 돈 없는 대학 시절,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가득한 학교 도서관은 애써 피하면서도 학교 앞 사회과학서점에는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다. 가운데 매대에 진열된 새로 나온 책 코너에 보고 싶은 책이 없으면, 벽에 가득 꽂혀 있는 오래된 책들을 둘러보다가, 한 권 뽑아 책장 앞에 서서 또는 넓은 책상에 앉아 들춰보곤 했다. 책을 살 때도 있었지만, 돈이 없을 땐 그 자리에서 수첩에 메모하며 한 권을 다 읽는 적도 많았다. 군 근무와 박사과정 때에도 작은 수첩이나 공책을 들고 다니며 기록하는 것이 지루함을 달래는 방법이었던 듯하다. 그 수첩과 공책들을 버리지는 않았으니 집 어딘가 잘 숨어있을 테다. 그 때 들인 습관 탓인지 박사과정을 마치고 연구원에 와서도 매년 나누어주는 연구원 수첩에 여러 아이디어들을 가.. 더보기 김재인, <AI 빅뱅: 생성 인공지능과 인문학 르네상스> 이번에 읽을 책은 김재인 교수가 2023년에 내놓은 이란 책이다. 이정전 교수의 질문과 대답에서 얼마나 더 나아갔을까? 찾아보면 더 최근의 관련 책도 있겠지만, 이 책을 고른 것은 들뢰즈와 가타리의 을 열심히 읽었던 기억 때문이다. 김재인 교수는 박사과정 시절인 2001년에 들뢰즈와 가타리가 1980년에 쓴 를 천 페이지의 으로 번역해 내놓았다. 나는 군 생활을 하면서 3개월에 걸쳐 줄 치고 메모하면서 이해도 안 되는 이 책을 두 번이나 읽어냈다. 당시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던 동료는, 내가 그렇게나 열심히 읽는 것을 보고, 나중에 시험을 보고 난 후 꼭 사서 읽어볼 것이라고 장담했는데 실제 읽었는지는 모르겠다. 을 포함해 들뢰즈의 이야기가 AI 이야기와 어떻게 이어질까. 아직 을 읽기 전이지만 마지막 문.. 더보기 빔 밴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 포틀랜드에 있을 때 넷플릭스에 올라온 를 볼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보지 않았다. 넷플릭스 영화 소개란에 적힌 ‘청소부의 소박하고도 충만한 일상’이라는 표현이 주는 무게감.포틀랜드에서의 일상생활은 (한국에서의 일상생활과 비교할 때) 멀리 여행가는 특별한 며칠을 제외하곤 지극히도 소박했다. 특별한 사건이 없는 별 것 아닌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한국에서 받는 수준의 연봉만으로는 절대 버틸 수 없는 포틀랜드의 일상을 소박하고도 충만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었을까. 왜 를 보지 않았을까. 그냥 심심한 일상을 더 심심하게 만드는 영화라 생각했을 수도 있고, 내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같은 일상을 다르게 보도록 만드는 위험한 영화일 가능성을 경계했을 수도 있다.는 도쿄올림픽 홍보용으로 새롭게 조성한.. 더보기 이전 1 2 3 4 ··· 15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