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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물, 쓸모 없음의 쓸모

마술원정대와 서울숲

토요일에 서울 성수아트홀에서 열린 마술원정대 첫 공연에 다녀왔다. 다음 달에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세계마술연맹(FISM)이 매년 개최하는 국제대회에 참석할 10명의 마술가가 준비한 마술을 미리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첫 공연이라 무대 운영에서 실수가 있기도 하고 어떤 마술사의 공연은 완성도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관객의 호응과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내일 마지막 공연쯤 되면 꽤 볼만하게 바뀔 것이다. 공연 주최자인 김준오 선생이 말한 공연의 취지다. 누군가 마지막 공연평을 올리면 찾아봐야겠다.  
 
공연 보기 전에 성수아트홀 근처 식당에서 부드러운 목살 3인분과 물메밀면을 먹고 일반주택을 개조한 카페들이 가득한 거리에서 망고 빙수를 먹었다. 성수아트홀에 들어가니 개그맨 이홍렬님이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SNS를 통해 공연 홍보에 열심이셨던 개그맨 전유성님은 오늘은 화면으로만 응원. 최형우 마술사 등 동료 마술사들도 무대 사회도 보고, 중간중간 공연 준비가 길어질 때 만담을 하고 마술사들을 소개하는 녹화방송을 통해 공연에 기여하는 모습이다. 
 
관객을 잘 속이는게 관건이 아니라 자신의 기술 숙련도와 스토리를 잘 엮어내는 것이 과제라는 국제대회를 미리 경험한 동료 마술사의 설명 겸 응원이 기억에 남는다. 마술사들이 서로의 실력을 겨루는 자리이니 마술 기법 자체를 신기해하지는 않겠지. 연습에 연습을 통해 관객이 감탄하는 타이밍과 포인트를 짚어내기가 핵심.   
 
공연 관람 후 근처 서울숲을 산책했다. 서울숲 주변엔 심윤경의 소설 <위대한 그의 빛>의 배경이 되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인 갤러리아포레가 초록색-파란색 빛을 뽐내며 서 있다. 현재 서울숲 자리인 뚝섬에는 과거에 경마장과 골프장이 있었는데, 1989년 과천경마장이 생기면서 경마장은 없어지고 골프장도 1994년 문을 닫았다. 조순 시장 때는 다목적 돔구장을 짓자고 했고, 고건 시장 때는 주거, 상업, 문화가 어우러진 부동산 개발을 검토했다가 이명박 시장 때 도시숲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했단다. 당시 도시숲 조성을 주장했던 서울그린트러스트는 서울숲에서 자발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다가 박원순 시장 때는 서울숲 운영을 위탁받기도 했다. 공원 외에 청계천에 용수를 공급하는 정수장도 있다. 내 사는 곳의 나무가 잘 자라지 않는 중앙공원은 언제쯤 숲다운 숲처럼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