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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물, 쓸모 없음의 쓸모

점심 후 탐조 기록

회사 주변에 도시숲과 숲길이 있다. 멀리 돌면 40분 가깝게 돌면 10분 걸음. 점심 때 쌍안경을 챙긴 후 동료들과 함께 10분 경로를 천천히 걸었다. 점심 먹기 전에 식당 앞에서 밀화부리를 보았다. 지나가던 이들도 궁금해하며 쌍안경을 뺐는다. 숲길에선 멧비둘기밖에 안 보여 아쉬웠는데 개활지에 나오니 노랑턱멧새, 박새, 쇠박새,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가 바쁘게 움직인다. 쇠딱다구리 소리를 듣고 안쪽으로 이동하니 나무를 오르내리며 부리를 꽂아넣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와우. 내일 산책로 옆 개활지에 먹이통과 물통을 가져다 놓기로 했다. (2025.4.3.)

산책길 탐조 첫날이 예외적으로 운이 좋았던 것일까. 오늘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동료 8명이 함께 산책길을 걸었는데 어치와 까마귀가 어정쩡하게 다른 새를 흉내내는 소리만 들었을 뿐이다. 어제의 귀여운 친구들은 어디로 숨어버렸나. (2025.4.4.)
 
월요일 점심. 도로 가까이 있는 풀밭에서 한가롭게 먹이 구하고 있는 찌르레기 발견. 좀처럼 보기 힘든 손가락보다 작은 진박새, 번식기라 목 뒤가 노란 빛 나는 연두색으로 물든 박새, 쇠박새, 떼로 몰려다니며 놀고 있는 뱁새, 이 나무 저 나무 옮겨다니느라 바쁜 쇠딱따구리, 머리가 삐죽삐죽한 직박구리를 보았다. 동료는 나무에 잠깐 앉았다가 숲으로 날아간 오색딱따구리도 보았다는데 초보자는 그 순간을 캐치하진 못했다. (2025.4.7.)
 
오늘은 혼자서 탐조. 새 소리는 들리는데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하겠다. 산책 초입에서 찌르레기 한 마리, 낙엽 밟는 소리를 낸 후 나무를 올라가는 청설모 한 마리, 길 가 나무로 날아온 작은 진박새 한 마리, 쌍안경으로 꽃이라도 관찰하고 있는데 얼떨결에 날아와 가지에 앉은 노랑턱멧새 한 마리. (2025.4.8.)
 
수요일. 탐조에 관심 없는 동료 셋과 함께 뒷산 산책. 참새, 진박새, 쇠박새를 봤다. 부리가 뭉툭하니 짧고 뺨에 흰색 줄이 있으면서 전체적으로 갈색 빛인 이 새가 뭘까 찾아보았는데 그냥 참새인 듯. 나무가지에 얌전하게 앉아 있는 참새조차도 신기해하며 보게 될 줄이야. (2025.4.9.)

목요일. 딱새 수컷과 노랑턱멧새를 보다. 날아가는 알락꼬리할미새도 있었다. 흰배지빠귀 소리도 들었다. (2025.4.10.)

며칠 전 식당 앞에서 본 찌르레기
 

회사 뒤편 산책길에서 본 찌르레기. 번식기라 부리가 주황색으로 선명하다.
회사 뒤편 산책길에서 만난 쇠딱따구리. 나무를 오르거나 매달려서 먹을거리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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