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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 일년살이

포틀랜드를 괴짜로 유지하라_펄 디스트릭트_슈퍼펀드 싸이트

오전에 타겟에서 케이의 옷과 먹을거리를 사고 워싱턴스퀘어에서 점심을 먹었다. 테니스 라켓과 공을 샀으니 조금 따뜻해지면 근처 공원의 테니스장에 자주 가보리라.

지난번에는 평일에 와서 실감을 못했는데 주말 워싱턴스퀘어는 가족, 연인, 친구들로 북적인다. 우리는 뭘 사지는 않았는데, 다들 쇼핑하는 재미로 오는 건지, 아니면 사람 마주치기 어려운 동네에 살다보니, 사람보는 재미로 오는 건지. 케이 또래 학생들도 끼리끼리 모여 깔깔거리며 돌아다닌다.

메이시스 백화점 피팅룸 앞에 포틀랜드의 슬로건이 적혀 있다. “포틀랜드를 괴짜로 유지하라(keep portland weird).” 원래 이 슬로건 자체가 포틀랜드 지역 상인들이 지역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것이니 백화점에 크게 걸려있어도 이상할게 없다. 서울시의 그럴듯한 슬로건 “서울, 나의 영혼(Seoul, My Soul)“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을까. 괴짜(weird)가 되자는 슬로건은 포틀랜드 공무원까지 공유하고 있는 듯 새로운 정책들이 시도된다.

케이가 그냥 집에 가긴 아쉽다하여 비버튼에 있는 거북이마트에 들렀다. 한국 과자, 라면, 떡볶이, 단무지, 김, 쌀 등이 가득이다. 한동안 집 안에 먹을게 부족하진 않겠다.  

그래도 아쉬워서, 포틀랜드 시내를 돌아보기로 하다. 도시재생 사례로 유명한 펄 디스트릭트 내 시스터스 커피 앞에 주차를 하고 잠시 시내 구경. 전에 트럭을 빌렸던 유홀 지점이 이 근처였다. 그 때는 고가도로 밑이고 아직 눈이 쌓여 있어 휑하고 춥고 정신도 없고 트럭을 반납할 땐 이미 어둑어둑할 때여서, 여기가 핫한 곳 주변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돌아다니다 우연하게 (한번쯤 찾아보려던) 슈퍼펀드 정화 사업 현장도 마주쳤다. 슈퍼펀드 사이트는 대규모 공장이나 폐기물 매립장 등이 운영되어 오염된 지역을 정화하고 복원하기 위해 환경청(EPA)가 지정한 지역이다. 한국에 있을 때 ‘환경정의’를 연구하면서 소개하기도 했다. 포틀랜드의 슈퍼펀드 사이트는 윌러밋강 하류에 길게 분포되어 있는데 오늘 본 곳은 필즈공원(The Fields Park). 필즈공원에서 보이는 낡은 건물(원형 물통이 올려진)은 Centennial Mills. 1910년에서 2000년까지 운영된 방앗간. 이 방앗간을 포함해 포틀랜드 내 네 곳의 방앗간에서 만들어진 밀가루가 포틀랜드항에서 실려 유럽과 아시아로 수출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Portland Prosper라는 (커뮤니티) 도시재생업체가 구입하여 도시재생사업 준비 중.

30분쯤 산책 후 시스터즈 커피에서 스타라이트 라떼를 한잔 사고, 포틀랜드에 왔을 때 처음 묵었던 더니웨이 힐튼 호텔을 목적지로 삼아 드라이브. 시내에 일방통행이 많은데 잘못 들어가 경적 소리를 몇 번이나 듣다. 운전자들이 사람들에겐 관대하지만 차량에는 엄격한 것인지…

딱히 한 건 없고 이것저것 사느라 돈만 썼지만 아직까지는 뭘 하든 뭘 보든 새로운 시간이다. (2024.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