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 중학교는 일주일 동안 짧은 봄방학이다. 봄방학이 끝난 후 학교 수업의 일환으로 3박4일 캠핑을 간다. 봄방학 일주일 동안 뭔가 해야할 듯 한데, 흐리고 비오는 전형적인 날씨다보니 야외로 놀러 가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밤늦게부터 새벽까지 가끔씩 기차 경적 소리가 들린다.
포틀랜드 시내에선 경전철(맥스, 스트리트카) 경적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포틀랜드 외곽 도시에서도 밤 늦도록 때론 새벽 무렵 기차 경적 소리가 들리곤 한다. 곳곳에 기찻길이 있기는 한데 기차 이용에 대한 안내는 없어서 기차 경적 소리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었다. 시애틀에서 LA까지 가는 암트랙이나 TriMet에서 운영하는 출퇴근용 기차가 있지만 그 시간에 이 동네 근처를 지날 듯 하진 않다. 그래서 구급차의 경적 소리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차 경적 소리가 맞나 보다. 밤늦도록 새볔녁까지 사람이 아니라 ‘사물(화물)’을 옮기고 있나 보다. 검색해보니 하루에 다섯 번 정도 화물 열차가 지나간다고 한다.
기차 경적 소리에 대한 연방정부의 규정도 있다. 기차길을 통제하지 않기 때문에 도로와 교차하는 곳을 지나기 전에 20초 가량 의무적으로 경적을 울려야 한단다. 지자체가 교차로를 통제하는 곳에서는 경적을 금지할 수 있는 규정도 있다.
레이크 오스위고에서도 주민들이 2-3년 전에 오스위고 호수 북쪽을 가로지르는 기찻길을 경적 금지 구역(Quite Zone)으로 설정해달라는 청원을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청원이 채택되었다는 기사는 없는 것으로 보아 레이크 오스위고를 지나는 기관사는 여전히 경적 소리를 울려야 하나 보다.
경적 금지 구역이 설정되면 부동산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기찻길 바로 옆 주택을 제외하면 경적 소리가 엄청나게 불편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많다. (우리도 귀를 기울여야 겨우 들릴 정도라 나름 정겹기도 하다.) 기찻길 교차로 설비 설치와 운영 비용도 지자체에서 100% 부담해야할테니 결국 세금만 오를 것이라는 판단도 있지 않았을까? 포틀랜드 시내를 오가는 경전철(맥스) 노선이 레이크 오스위고까지 연장되어 기차 이용자 수나 기차 경적 소리 횟수가 크게 늘어난다면 달라질 수도 있겠다.
포틀랜드에 오면 기차 경적소리가 있다. 시끄럽다고 놀라지 말자. 아무 때나 울리는 것이 아니라 교차로를 지나는 중인거다. 눈 감고 들으면 사람들이 삐딱하니 서 있고 기차가 지나가고 열차길로 잘못 들어온 자동차들이 옆으로 급하게 옮기거나 기차를 뒤따라 오는 광경을 상상해볼 수 있다. 물론, 내가 멈춰 선 교차로에서 길고 길고 길고 긴 기차가 10분 넘게 느릿느릿 지나는 상황이 아니라면. 급한데 교차로에서 느려터진 화물 기차를 만나 분통터진다는 댓글도 많이 읽을 수 있다. (202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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