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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 일년살이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과 캐나다 BC주 밴쿠버 여행_넷째 날

by 포틀랜드 일년살이 2024. 11. 24.

시애틀-밴쿠버 여행 넷째날. 캐나다에서 가장 큰 공원인 스탠리 공원(Stanley Park)과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를 둘러보았다.

오전에 차를 타고 워터프론트 다운타운에 있는 개스타운 증기시계(Gastown Vancouver Steam Clock)를 보러 갔다. 개스타운의 명물이라는 증기로 가동되는 시계. 도로가 이곳저곳 공사 중이라 빙빙 돌다가 고속철도 뒷편 작업장의 주차장에서 차를 세울 수 있었다. 증기시계는 생각했던 것보다 조그맣고 시간도 맞지 않았지만 관광객들은 기대하는 눈빛으로 김이 올라오는 무언가를 기다린다. 갑자기 커지는 뿌웅뿌웅 기적소리. 다행히 그 소리까지 들은 후에야 공사 차량이 골목에 들어왔다. 우리는 차에 타고 잠깐 머물렀을 뿐이지만 원래는 증기시계뿐만 아니라 주위 건물과 조명을 즐겨야 한다고.

스탠리 공원으로 출발. 밴쿠버의 도로는 폭이 좁은데다 좌회전 신호나 차선도 없어 운전하기가 어렵다. 도심을 겨우 빠져나가 다리를 건너니 바로 스탠리 공원. 하지만, 아뿔사. 옆 차선으로 빠지지 못해 뒷차의 경적 소리를 들으며 길을 해맨다. 구글맵은 유턴하라 하지만 유턴할 공간이 없다고!!

다행히 스탠리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많고 많아서 옆으로 빠지니 바로 조망 장소(Lowden’s Lookout or Prospect Point Lookout). 라이언스 게이트 다리(Lions Gate Bridge)가 가까이 보인다. 얼른 주차. 주차비 5달러/한시간. 원래 여기는 밴쿠버항으로 들어오는 좁고 험한 통로에서 배들이 좌초하지 않도록 깃발로 신호를 보내는 곳이었다고 한다. 깃발 각각이 알파벳 하나를 표현. 날이 좋았으면 더 멋졌을 테지만 오늘은 비가 내린다.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기념품점 구경.

규모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공주 공산성에서 바라보는 금강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케이는 밴쿠버 건너오는 다리에서 본 풍경을 대전에서 세종 들어갈 때의 느낌이라고도 표현했다. 아파트와 주상복합 건물이 쫘악 펼쳐지는 모습.

다음 코스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의 민속학 박물관(Museum of Anthropology at UBC).

가는 도중 Hollow Tree를 지나다 멈추었다. 천년 된 서양측백나무(western red cedar)가 고사한 후 (누군가 차를 타고 찍은 웨딩 사진이 회자되어) 백년 동안 거대한 나무줄기 구멍 속에서 차나 마차를 타고 사진 찍거나 집단으로 모여 사진 찍는 문화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스탠리 공원의 문화적인 상징. 2006년 태풍 이후 이 그루터기가 쓰러지려하자 그 형태를 보존하려는 모임이 생겨 (많은 논쟁 끝에) 현재 모습으로 (철근 뿌리를 만들어) 유지되고 있단다. 공원 내 산길과 해변에서 걷고 뛰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스탠리 공원을 빠져 나왔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민속학 박물관은 다리를 건너 도심을 지나 공원과 고급 주택가를 통과한 곳에 위치해 있다. 5만명은 넘을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어떻게 이동할 지 궁금하다. 민속박물관엔 이 지역 원주민들의 토템폴(totem pole)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작업이 모여 있다. 토템폴이라는 문화도 (오리건주에서는 보지 못한 것을 보니) 모든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공유하는 문화는 아닌가 보다. 민속학 박물관에는 북미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민속품들이 엄청나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 유물들은 어떻게 모았을까. 약탈했을까? 영상과 오디오 설명, 가이드의 설명 등을 듣고 싶었으나 여유가 없어 패스. 설명 하나하나를 열심히 보고 듣는 관람객들의 열정이 신기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 안을 돌아보며 건물들을 구경했다. 어떤 건물들은 무슨 과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특징적이더라. 굳이 찾아본 환경관(지속가능성 연구센터)은 태양광, 벽면녹화, 빗물이용 시설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저녁에 커피숍에서  빵, 리쿼샵에서 맥주, 마트에서 과자와 수박을 사왔다. 올라오다가 숙소 5층 세탁실에 들러 세탁실 컴퓨터에 케이의 유튜브 화면을 띄워두고 방으로. 마지막 밤을 위해 건배. 오늘 보니 옆 주상복합 건물스튜디오에서 노트북과 TV 켜놓은 모습이 다 보일 정도로 가깝다. 도심 내 주상복합의 천국 밴쿠버. (2024.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