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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 일년살이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과 캐나다 BC주 밴쿠버 여행_첫째 날

by 포틀랜드 일년살이 2024. 11. 24.

여름방학 맞이 첫번째 여행은 컬럼비아강 넘어 워싱턴주 시애틀과 국경 너머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로 정했다. 시애틀만 방문해도 충분히 둘러볼 시간이 모자랄 수도 있는데 굳이 밴쿠버까지 끼워넣은 것은, 이 때가 아니면 따로 캐나다 국경을 넘어가볼 기회가 없을 듯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4박 5일 동안 시애틀과 밴쿠버를 모두 돌아보는 건 조금 무리였던 듯 하다. 혹시라도 포틀랜드에서 출발하는 여행을 계획한다면, 8박 9일 정도의 일정이 아니라면, 시애틀이나 밴쿠버 하나에 집중하라고 권하고 싶다.

첫째날. 일요일 아침 10시에 출발, I-5를 따라 3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 시애틀에 도착했다. 각 도시에 들러서 살펴본 것은 아니지만, 포틀랜드 남쪽의 오리건주 도시들에 비해 포틀랜드 북쪽의 워싱턴주 도시들은 규모가 좀 더 커 보였다. 도시 근처를 지날 때마다 넓디 넓은 고속도로가 잠시 정체되곤 했다. 타코마 시를 지나 시애틀이 가까워지니 국제공항으로 착륙하는 비행기가 바로 머리 위를 쉴 새 없이 스쳐간다. 시애틀에 들어서니 도시 중앙까지 지하터널(SR 99 Tunnel)로 연결되어 있다. 도시를 이렇게 들어간다고? 신기했는데, 알고 보니 60년 된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대신 지하도로를 만든 것이라고 한다. 고가도로 철거 후 지상 공간을 활용하여 다운타운과 수변광장을 연결하는 보도/자전거도로(Alaskan Way)를 만드는 중이라고 했다.

시애틀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스페이스 니들 전망대(Space Needle) 앞 숙소(Hyatt House)에 도착했다. 우선 숙소 앞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로 배를 채웠다. 스페이스 니들 전망대 앞에는 그럴듯한 레스토랑이 보이지 않는다. 베인브릿지 섬에 가는 배를 타기로 했는데, 우연히 숙소 앞에 무료 셔틀이 서는 것을 보고, 차 대신 셔틀버스를 타고 워터프런트로 이동하기로 했다. 페리 터미널에 가려면 50번 부두(Pier 50) 근처에 내려야 했는데, 다음 정거장이 있다고 생각해서 내리지 않았더니 한참을 더 가 암트랙 기차역(King Street Station)에서 하차해야 했다. 시애틀 페리 터미널까지는 10여분을 걸어서 되돌아왔다.

페리 터미널 근처에 크루즈 터미널이 있고, 캐나다 밴쿠버와 알래스카에 가는 커다란 크루즈가 정박해 있다. 배 갑판에 있는 물놀이 시설이 두드러진다.

페리 터미널에서 한시간 여를 기다려 베인브릿지 섬(Bainbridge island)으로 가는 배에 탑승했다. 섬에 들어갈 때  요금은 성인은 10달러 청소년은 무료다. 마치 놀이시설 처럼 표 구매하는 곳이 터미널 밖에 있다. 섬에서 나올 때는 무료다. 한국의 남이섬에 들어갈 때 내는 입도세와 비슷한 듯 하다. 다만, 자동차를 싣고 갈 경우에는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모두 요금을 내야 한다. 배를 타고 30여분 간 시애틀 전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요일의 베인브릿지는 구경할 거리가 없다. 일요일 오후 늦은 시간에 박물관, 아트샵, 기념품점은 이미 모두 문을 닫았고, 와인바와 레스토랑만 운영 중이었다. 다운타운까지 걸어봤으나 마찬가지다. 날을 잘못 택했구나. 차 타는걸 힘들어하는 우리 가족이 4시간 여를 운전하고 와서 오랜 시간 걸어다는 건 무리였다. 레스토랑이나 와인바에 들어갈 힘도 없었다. 돌아와 배에 다시 탑승. 섬을 충분히 즐기지는 못했으나 배에서 맞은 바람과 시애틀 경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긴 했다. 그나저나 새벽 2시까지 배가 다닌다고 한다. 도대체 왜?

무료 셔틀이 8시까지 다닌다고 들었으나 스페이스 니들로 가는 방향은 이미 종료. 우버를 부를까 하다가 수변을 따라 걸어보기로 결정. 해안을 따라 걷던 중 62번 부두에 사람들이 모여 행사 중인 것을 발견했는데, 여기도 버려진 부두를 수변공원 단체(Friends of Waterfront Park)가 주도하여 행사/공연 등의 장소로 재생하는 중인 장소였다. 더 걸어가 올림픽 조각 공원(Olympic Sculpture Park)이 시작되는, 아이와 어른 조각 분수가 놓인, 70번 부두 앞에서 스페이스 니들이 보이는 브로드 스트리트 언덕을 따라 오르막길을 걸어 올랐다. 50번 부두부터 숙소까지 총 40여분이 걸렸다. 도대체 왜, 이런 무리한 결정을 한 것일까?

많이 걸었다!! 그나마 날씨가 선선하고 구름이 햇볕을 가려서 다행. (2024.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