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서서 책을 보고 노트북을 쓸 수 있는 스탠딩 데스크를 찾았다. 하루종일 계속 앉아있으면 허리가 아프기도 하거니와 식사 후 불편한 속을 달랠 필요도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아들 방을 다시 꾸며주느라 어쩔 수 없이 사방을 책장으로 둘러싼 서재를 만들게 되었다. 집에서 책 읽는 시간을 늘려보겠다는 핑계를 대고 서재에 놓을 암체어와 스탠딩 데스크를 이케아에서 주문했다. 스탠딩 데스크는 전자동이 아닌 수동 제품을 선택했다. 아래 부분의 페달을 밟고 위로 올리거나 내리면 된다. 미국에서 이케아 제품을 몇 번 조립해본 경험이 있어 쉽게 생각했는데, 주말에 암체어와 스탠딩 데스크와 아들방에 놓을 유리장식장을 연속으로 조립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토요일 저녁에 친구들과 술 한잔 두잔 세잔 하고 들어온 여파도 있었다. 이제 내 키만큼 큰 아들이 옆에서 이것저것 챙겨줘서 짜증을 덜 내고 완성할 수 있었다.
어쨌든 서서 책을 보고 글을 쓸 수 있는 책상을 놓았다. 일요일 저녁에 사용해보니 한두 시간 정도는 서 있을 수 있겠더라. 더 오래 있으면 다리와 허리가 아파서 오히려 건강에 안 좋을 수도 있겠지 싶다. 서 있는 자세를 고쳐야 하는 것일수도. 집에서 작업해야 할 경우가 있더라도 한 두시간 안으로 끝내버리자. 또는 하루에 한 두시간 정도는 책장에 꽂아만 둔 책들에게 시선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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