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후드산에 다녀왔다.
오전 10시 출발. 오리건시티(Oregon City)를 지나 다마스커스(Damascus), 보링(Boring), 샌디 시(City of Sandy), 마운트 후드 빌리지(Mt Hood Village) 등의 클락카마스 카운티의 마을과 도시를 거쳐 거번먼트 캠프(Government Camp)에 있는 후드산 문화센터/박물관(Mt Hod Cultural Center and Museum)에 우선 들렀다.
지나쳐온 마을 중 다마스커스는 2004년 도시가 되었다가 2016년 주민투표를 통해 도시 지방정부를 해산하기로 결정한 후 2020년부터 카운티 내 마을로 돌아간 특이한 지역이다. 미국에선 도시를 유지하려면 주민들이 추가적으로 세금을 내야하기에, 성장기에 의욕적으로 도시 정부를 설립하였다가 쇠퇴기에 다시 해체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우리가 들른 거번먼트 캠프라는 지역의 이름은 오래 전 미 기병대가 낡은 마차와 물품을 남겨두고 떠난 자리였다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거번먼트 캠프도 (도시는 아니고) 클락카마스 카운티에 속해 있는 작은 마을이다. 오래 전부터 스키를 타러온 사람들을 위한 숙소, 식당, 장비점 등을 제공하는 마을이었으며, (점차 노후화되고 쇠퇴함에 따라) 최근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는 듯 하다. 문화센터/박물관은 매우 조그맣고 이 지역의 스키 관련 역사를 소소하게 전시하고 있다. 오리건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에 대한 지도와 정보들도 제공하는 것을 보니, 타 지역에서 후드산을 거쳐 포틀랜드, 벤드, 아스토리아 등으로 여행하기도 하나보다.
여기서 10여분 거리에 후드산의 뷰포인트가 있다고 하여 이동했더니 팀버라인 랏지 스키 구역(Timberline Lodge Ski Area) 바로 밑이다. 스키 리프트도 있다. 우리나라처럼 산을 깎아서 정리한 스키장이 아니라서 중간중간 바위들도 있는 것을 보니 초중급자가 탈 수 있는 곳은 아닌 듯 싶다. 근처에 있는 후드산 메도우즈 리조트가 초급자를 위한 스키 코스를 제공한단다. 더 찾아보니 주차장 위만 스키 구역인 것이 아니라 아래쪽 숲을 지나 거번먼트 캠프 근처까지도 초중급용 코스가 연결되어 있는 듯 하다.
한 여름이라 스키장을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주차장에 차가 가득한 것을 보니 후드산을 트래킹하는 사람들은 여름에도 많은 듯 하다. 우리도 눈 녹은 후드산을 조금 걸어서 올라봤다. 주차장이 해발 2천미터 정도이고 여기서 1천미터 더 올라가야 후드산 정상인데, 후드산 정상은 전문 산악인이 아니고서야 올라갈 수 있는 곳은 아니라고 한다. 정상까진 엄청 먼 길일 것인데 눈으로는 (사진으로도)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그만큼 후드산 정상부가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주차장 바로 밑까지는 삼림보호지역인 듯 한데, 주차장 위쪽은 나무가 거의 없고, 눈까지 녹아 황량하다. 드러난 노랗고 붉은 흙 위로 꽃과 풀이 군데군데 낮게 자라고 있다. 스키를 위해 나무들을 밀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눈 덮인 높은 지역이라 나무들이 자라지 못한 것일까? 검색해보니 후드산에서 해발 6,000피트, 대략 2천미터 위로는 나무가 자라기 어렵다고 한다. 아마도 팀버라인이란 명칭도 이런 수목 한계선에서 유래했나 보다. 스키장이 있는 남쪽 사면이 아닌 후드강 쪽 북쪽 사면은 눈이 좀 더 남아있다거나 나무도 더 높이 자라고 있을 수도 있겠다. 남쪽으로 멀리 보이는 제퍼슨 산의 상황도 후드산과 비슷할까? 동쪽으로 보이는 고사막 지대에선 아직도 산불이 있는 듯 하얀 연기가 올라오고 있다.
차 멀미 때문인지 고도가 높아서인지 케이가 힘들어해서 쉬엄쉬엄 산을 오르다가 내려왔다. 햇살에 노출된 땅은 뜨거워 아지랭이가 피는데 높은 산의 공기는 선선하여 바람 불 땐 추운 기운이 밀려온다. 낮은 기압 때문에 초코파이 봉지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모습도 신기하다. 이름을 모르겠지만 딱딱 거리며 점프하듯 날아다니는 곤충도 있었다.
다시 차를 타고 15분 정도를 달려 트릴리움 호수(Trillium Campground)로 이동했다. 호수에서 바라보는 후드산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카약, 낚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호수 바로 앞에서 관리자들이 차량 당 10달러를 받는다. 카약이나 물놀이를 즐겼으면 아마도 더 좋았을테지만, 호수에서 후드산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경험이었다. 조그마한 여자아이 둘이 오리떼에게 이름을 붙이며 노는 모습도 즐겁게 구경했다.
어느덧 3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화덕피자집(Al Forno Ferruzza Pizza Rhododendron)에서 피자와 샐러드를 먹었다. 그리고 지난 4월 케이가 학교 프로그램으로 캠핑왔던 아라와나 캠프(Camp Arrah Wanna)에도 들러봤다. 케이는 눈이 많이 남아 있던 그 때와 지금은 매우 다른 느낌이라고 한다. 메인 도로에서 멀리 않고 바로 앞에 주택들도 있다. 우리 생각처럼 엄청나게 외진 곳은 아니었던 셈. (202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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