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드 여행 다녀온 후부터 치커디, 준코, 핀치가 발코니에 방문하는 횟수가 부쩍 줄었다. 이게 모두 아파트 단지를 어슬렁거리며 까악까악 고함치는 까마귀 무리 때문이다. 나름 발코니의 무법자였던 핀치 무리조차 아침 저녁으로 모이통이 잘 있는지 확인하며 모이통에 잠시 앉았다 떠나버린다. 까마귀 떼는 언제까지 어슬렁거릴 것인가? 까마귀들은 발코니에 걸어 놓은 씨앗이나 밀웜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단지 영역을 표시하듯 집 앞 교회와 주차장 공간을 순회하거나 나무 가지에 앉았다 갈 뿐. 하지만 작은 새에게는 그조차 생존의 위협이겠지.
집 앞 교회 주변에 무리를 지은 까마귀는 미국 까마귀(American Crow)인 듯 하다. 미국 까마귀보다 더 큰 레이븐(Common Raven)이라는 까마귀도 있다고 하는데, 워낙 커서 날개를 활짝 폈을 대 1미터 가까이나 된다고 한다. 우리는 크레이터 호수에서 잿빛 클라크 까마귀(Clark’s Nutcracker), 일명 딱따구리 까마귀도 본 적 있다.
대체로 까마귀는 잡식성이라 먹는 것을 가리지 않는다. 봄(4월, 5월)에 둥지를 만들어 알을 낳고, 18일 정도 있으면 새끼가 부화하고, 한 달 후에 새끼 까마귀는 둥지에서 나와 2, 3일 정도 주위를 걸어다니며 나는 연습을 하다가 둥지 생활을 졸업한다고 한다. 둥지를 나온 어린 까마귀들은 일 년 정도 부모와 함께 생활한다고 하는데, 다음 해 부모 까마귀와 함께 동생 까마귀들을 돌보는 역할까지 한 후 완전히 독립한다고 한다. 새끼들이 둥지를 떠나는 여름철에 까마귀 떼는 매우 예민하여 좀 더 공격적이 된다고 하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 가을과 겨울이 되면 가족 단위로 생활하던 까마귀 떼가 한 데 모인다. 낮 동안은 알아서 지내다가 저녁이 되면 한 데 모여 적의 위협에 집단적으로 방어한다고 한다.
이런 까마귀 떼를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까마귀는 연방법에 따라 보호되고 있기 때문에 둥지를 파괴하거나 해치는 것은 불법이다. 까마귀가 귀엽고 똑똑하다고 애완동물로 키우려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마찬가지로 불법이다.
제비 한 마리가 다시 둥지에 자리를 잡았다. 밤에만 머무르는데, 다시 알을 낳은 것인지 따뜻한 남쪽 나라로 날아갈 기회를 놓친 것인지? 문 앞 제비똥을 한 번 더 치워야 하는구나. (2024.8.22.)
미국까마귀와 레이븐 비교: https://pkols-mountdouglas.ca/wp/flora-and-fauna/ravens-and-cr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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