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포틀랜드 사우스 이스트 지역에 있는 마운트 타보 공원(Mount Tabor Park)에 다녀왔다.
타보 산은 용암이 분출하여 만들어진 (이제 활동을 멈춘) 작은 사화산(extinct volcano)이다. 아주 오래 전에 활동을 멈추었기에 1900년대 초까지 화산인지 알아채지 못했다고 한다.
1890년대 말 목재 산업 등으로 인해 포틀랜드의 인구가 늘어나면서 (오염된 윌러밋 강 물 외에) 깨끗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 타보 산에 저수지를 만들게 된다. 1894년부터 1911년까지 크고 작은 저수지를 계속 조성해 모두 네 개의 저수지를 만들었다. 동시에 1908년 포틀랜드 시의 공원으로 지정하고 산책로 등도 조성했던 듯. 공원 도로와 산책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건설회사 직원이 이 곳이 화산 지형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행정 경계 내에 사화산을 품고 있는 도시가 미국 내에서는 6곳 밖에 없다는데, 겉으로 특별해 보이지는 않다.
2015년 미국 음용수 수질 기준이 강화되면서 타보 산의 저수지는 식수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보수 작업을 거쳐 여전히 공원으로 관리하고 있다. 다만, 수도 요금에서 충당하던 관리비를 이제는 공원 관리비에서 끌어와야 하니 시로서는 부담이 되는 듯 하다.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이어진 보수 작업이 마무리되고 난 후 어찌 관리될지 궁금하다. 마운트 타보 공원은 외딴 곳에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주택가 한 가운데 있다. 포틀랜드의 여타 동네와 마찬가지로 산등성이까지 단독주택과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어 있는 것. 내년부터는 동네협회(neighborhood association) 차원에서 공원 관리에 더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름 유모차를 끌고도 갈 수 있는 둘레길이 있는데, 우리는 멋모르고 산 길로 직진. 경사가 급하지만 못 오를 정도는 아니다. 산악 자전거 타고 내려오시는 할아버지도 있으니. 넓은 정상 즈음에서 멀리 포틀랜드 시내는 잘 보였으나 기대했던 후드산 전경은 나무들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역시 후드산을 하염없이 보려면 직접 가봐야 하는 것인가.
내일(8/17, 토요일) 타보 산의 도로에서 직접 만든 괴상한 탈 것을 타고 내려오는 경주(Portland Adult Soapbox Derby)가 열린다. 궁금하긴 한데 비가 올 예정이고 사람들이 얼마나 몰릴 지 몰라 가볼 엄두는 안 난다. (202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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