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틀랜드 일년살이

오리건주 캐논비치와 시사이드 여행_첫째 날

이번주 금요일은 선생님들이 무언가를 준비하는 날이라 학교가 쉰다. 해서 금토 1박2일 동안 서해안에 다녀 오기로 했다.

첫째 날엔 1시간 30분을 운전해 캐논비치에 먼저 들렀다. 크레이터 호수나 레이니어 산을 다녀와서인지 1시간 30분은 동네 마실 나온 정도의 느낌이다. 전에 저녁을 먹은 모스 레스토랑 근처에 주차하고 점심 도시락을 먹은 후 캐논비치 해변으로 내려 갔다. 여전하다. 파도에 밀려 안개가 피어오르고 겹치어 몰려오는 파도 소리는 거칠다. 모래사장엔 물 빠질 때 미처 못 빠져나간 해파리가 보이고, 물 속 바위들엔 홍합이 가득 매달려 있다. 갈매기 떼는 전보단 줄었는데, 꼬마 아이들이 괴성을 지르며 쫒아가도 날지 않고 뛰어 다닌다. 바닷속에 보이는 무언가가 사람인가 통나무인가 궁금해 쳐다봤는데 한 할아버지가 서핑보드를 끌고 나온다. 해변을 거닌 후 유기농 커피숍(Sleep’s Monk)에서 아메리카노와 펌킨 스파이스 라떼를 마시고 근처 펠리컨 브루어리 식당(Pelican Brewing)을 둘러 봤다.

캐논비치를 복습한 후, 캐논비치에서 20분여 떨어진 시사이드(Seaside)로 이동하여 숙소(Holiday Inn)에 짐을 풀고 시사이드 비치로 걸어 갔다. 시사이드 비치 입구에 오리건 트레일 종착지라는 표시가 있는데, 여기가 왜 종착지인 걸까? 찾아보니, 루이스 앤 클락 탐험대가 1805-1806년 겨울에 애스토리아의 클랫솝(Fort Clatsop)에 머물면서 시사이드 해변에 소금 가마를 설치하고 바닷물을 끓여 얻은 소금으로 원주민과 교류를 했다고 한다. 탐험대의 마지막 활동 장소인 셈.


저녁 식사 장소로 찍어 놓았던 아시안 푸드 식당은 바로 옆에서 돌아가는 회전목마 때문에 눈이 어지러워 탈락. 넓다란 해변을 잠시 구경한 후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Norma’s Seafood & Steak)에서 스파게티, 크램차우더, 샌드위치, 피시앤칩스와 맥주를 시켜 먹었다. 갑자기 찾은 식당 치고는 맛이 괜찮았다. 항상 운전을 해야 했기에, 미국에 와서 집 밖에서 맥주를 마신 것도 처음이다. 해질 무렵이 되어 해변으로 돌아가 선셋을 기다렸다. 다행히 하늘 가득했던 구름이 걷히고 살짝 남은 구름과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을 감상할 수 있었다. 해가 진 후에도 사람들이 남아 여운을 즐긴다. 모래사장 곳곳에 모닥불도 피어오른다. 우리는 노을과 모닥불과 거리공연 음악 소리가 어울리는 멋진 분위기 속에서 제이의 생일을 축하했다.

은하수를 볼 수 있을까 기대하며 30분 여를 기다렸으나 하늘은 여전히 붉은 빛으로 가득하여 별이 보이지 않는다. 점점 추워져 별은 포기하고 숙소로. 숙소 앞 하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 크랩을 잡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 지금 잡은 크랩은 어찌하려고? 숙소 야외에 설치된 가스불에 불멍하다 방으로 돌아왔다. 넓디넓은 킹 + 사이즈 침대에 몸을 뉘여 본다. (2024.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