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빌에 있는 농장(Yesteryear Farm) 가을 축제에 다녀왔다. 윌슨빌 도서관 근처라 집에서 15분여밖에 걸리지 않는다. 가을 축제가 끝나가는 무렵인데도 입구 500미터를 앞두고 차가 줄지어 서 있어 놀랐다. 1차선 도로라 농장 축제 직원들이 오가는 차들을 통제하고 있었던 것. 다행히 얼마 기다리지 않고 농장 안으로 들어가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 나왔다. 농장 위를 가로지르는 송전선로에서 지지직거리는 전기 새는 듯한 소리가 계속 들린다. 오래되고 낡은 비효율적인 송전선이구만. 주거지는 아니라 덜하겠지만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신경쓰일 만 하다.
걷다 보니 키가 큰 옥수수밭 안에서 사람들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옥수수밭 미로다. 12달러씩 내고 입장. 작은 미로와 큰 미로를 차례로 들어갔다. 좀 더 일찍 왔으면 해바라기 미로도 체험했겠지만 해바라기는 이미 다 잘려나간 상태. 옥수수밭 미로에서는 그렇게 많이 헤매지는 않았다. 방향치인 우리도 해와 송전선로를 보고 입구 방향을 대략 가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큰 옥수수밭 미로에서 살짝 길을 잃었을 때 누군가 바닥에 떨어뜨려 놓은 옥수수 알갱이를 발견했다. 옥수수 농장의 헨젤과 그레텔인가. 길 찾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한 행사 주최측의 배려일 수도 있었겠다.
미로를 나오면 농장에서 키운 호박들이 넓게 펼쳐져 있다. 크고 작은 호박을 몇개씩 골라 손으로 들거나 카트에 끌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는 곳곳에 설치된 사진 존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 바삭바삭 달콤짭잘한 팝콘과 애플 사이더를 사서 먹으며 기념품 샵을 구경했다. 뭐, 이 정도면 기분 전환용으로 괜찮은 체험이다. 투알라틴을 거쳐 돌아오는 길도 농장들을 양 옆으로 두고 오르락 내리락하여 운전하는 여행객으로서는 즐길만 했다.
이렇게 가을도 지나간다. 집 앞 푸르던 나무도 며칠 새 노랗고 빨갛게 물들더니 바닥 가득 낙엽이 수북하게 쌓이기 시작한다. 처음 이 동네에 들렀을 때 삭막했던 느낌이 기억나려 한다. 그 전에 충분히 눈에 담아 두자. (2024.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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