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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 일년살이

오리건 역사 박물관과 고양이 조각상

포틀랜드 주립대 근처에 있는 오리건 역사 박물관(the Oregon Historical Society)에 다녀왔다. 토요일마다 파머스 마켓이 열리는 사우스 파크에 자리잡고 있다. 건너편엔 지난 겨울에 방문했던 포틀랜드 아트 뮤지엄이 있다.

‘히스토리컬 소사이어티’는 우리말로는 ‘역사학회’라 번역해야할 것인데, 1898년에 설립된 역사학회 내에 오리건 역사 박물관을 운영하는 센터가 있다. 역사학회가 운영하는 박물관 답게 초기 오리건주의 설립 과정에 대한 설명 자료들이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다.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집하고 연구해온 글, 사진, 영상 자료를 활용하여 압축적으로 정리하고 있어, 전시물을 하나씩 살펴보려면 하루종일도 모자랄 듯 하다. 역사적 사건들을 각기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어쩌면 지금 시대의 관점에선 오리건의 흑역사로 볼 수 있는) 원주민, 흑인, 아시안인의 잊혀진 역사를 강조한다. 우리는 몇 개월 동안 여러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충분히 익숙해 졌지만, 포틀랜드와 오리건주의 힙한 문화를 기대하고 온 여행객이라면 조금 당황할 수도 있는 전시일 것이다.

중간중간 오리건주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쪽지를 쓰거나 퀴즈를 푸는 부스도 있었다. 케이는 퀴즈 부스에서 최고점 달성. 뭔일이고?


박물관 앞 공원에는 이상한 모양의 화려한 고양이 조형물이 자리를 잡고 있다. Caroline’s Curious Cat Trail. 여러 작가들이 포틀랜드 시내에 각기 다른 모양으로 31개의 고양이 조형물을 설치했단다. 포틀랜드 기반 영화사가 제작한 기괴한 애니메이션 영화(Caroline)에 나오는 고양이가 모티브다. 우리가 박물관 앞에선 본 검은 고양이는 Katherine Morris가 작업한 ‘고양이는 언제나(Cat is Everytime)’라는 조각품이다. 파머스 마켓 쪽으로 가다가 만난 하얀 고양이는 Jess Perrin이 작업한 ‘정원 시간(Garden Time)’이라는 작품이다. 고양이 상을 통해 포틀랜드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소개한다는 느낌. 매년 봄 포틀랜드시 관광부서와 협력해 고양이 조각품을 모두 걸어서 찾아볼 수 있는 비밀의 트레일을 개발한다. 예술인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신박한 방법이다. 매년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할 정도로 많은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놀라움.


코코도넛에서 도넛과 커피를 사 먹고 귀가. 잠깐 뉴시즌스 마켓에 들렀더니 할로윈 데이에 장식용으로 쓸 커다란 잭오랜턴(Jack-O-Lantern) 호박 덩어리들이 가득하다. 1파운드(454그램)에 59센트라는데, 호박 하나 무게가 얼마나 될까? 작은 건 7에서 8파운드 정도라고 하니, 호박 하나에 4달러에서 5달러 정도 되겠다. 하지만 사진에 보이는 건 더 커서 무게가 두 배는 될 듯. (2024.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