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워싱턴주에 있는 레이니어 산 국립공원(Mount Rainier National Park)에 다녀왔다. 레이니어 산은 정상 높이가 14,411피트(4,398 미터)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에서 (알래스카 제외) 가장 높은 산이라는 소개를 처음 보고 눈을 크게 뜨면서 반갑게 놀랐다.
하지만 다른 자료에는 캘리포니아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휘트니 산(Mt Whitney)이 14,505피트(4,421미터)로 미국 본토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 소개된다. 로키 산맥의 엘버트(Elbert), 마시브(Massive), 하버드(Harvard) 산도 레이니어 산보다 약간 높다고 한다. 100피트도 안 되는 차이, 정상에 30미터짜리 돌탑이라도 세우면 미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 되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최고, 일등만 기억하고 자랑하는 이의 못난 감탄이었나 보다.
지난 번에 후드 산을 다녀와서인지 여름 끝무렵의 레이니어 산도 비슷하게 황량하겠지라는 생각에 여행에 대한 기대가 크진 않았다. 그냥 국립공원이고 운전해서 갈 수 있는 거리이니 한 번 가준다는 느낌. 그래서인지 여유롭게 오전 10시를 훌쩍 넘겨서야 출발했다. 시애틀 방향으로 5번 고속도로를 따라 1시간 30분 정도를 올라가다가 12번 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꺽어져 2시간 정도를 더 가면 국립공원 근처에 도착한다.
후드 산에 갈 땐 도중에 도시와 마을을 몇 개나 지나쳤는데 레이니어 산을 갈 땐 도시나 마을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는 모시락(Mossyrock)이라는 마을에 들러 커피를 한 잔 샀다.
레이니어 산 국립공원을 들어가는 가장 유명한 루트는 파라다이스(Paradise) 비지터 센터에서 출발하는 스카이라인 트레일(skyline trail)과 선라이즈(Sunrise) 비지터 센터에서 출발하는 트레일이다.
우리는 숙소와 가까운 선라이즈에 먼저 들렀다. 국립공원 입구에서부터 울창한 숲 사이로 난 구불구불한 도로를 20여분 정도 올라가면, 바늘 귀처럼 구부러진 길 사이에 주차장이 있는 조망 포인트가 나온다. 서쪽으로 여전히 눈과 얼음으로 덮힌 레이니어 산이 보이고, 북쪽으로 선라이즈 호수, 남쪽으로 멀리 아담스 산을 비롯한 높은 산들을 조망할 수 있다. 우리는 사진을 찍고 난 후 동쪽으로 난 알록달록하게 단풍이 든 산길을 조금 걷다가 돌아왔다. 라틴계 가족의 사진을 찍어 주니 우리 사진도 찍어주겠다 하여 포즈를 잡았으나, 이번에도 (크레이터 호수에서와 마찬가지로) 엉망. 남의 사진 찍어줄 때 한국 사람들만큼 열성인 사람들은 별로 없다고 하더니… 케이의 폰으로 찍었는데 케이가 보여주지도 않고 지워버렸다.
조망점에 서지 않고 더 올라가는 차들이 있어 우리도 따라 올라가 보니 선라이즈 인(inn)과 비지터 센터가 나온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돌아보니 여러 방향으로 산을 오를 수 있는 트레일이 펼쳐져 있다. 동틀 무렵 레이니어 산 눈과 얼음에 붉게 반사되는 햇빛이 엄청나게 아름다울 것이라는 걸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아쉽게도 4시간여를 운전하고 왔더니 산을 오를 여력은 없었다. 선라이즈는 아래에서 바라보는 여기까지만.
30여분 정도 떨어진 숙소(Alta Crystal Resort)에 도착하니 5시 30분. 짐을 풀고 숙소를 돌아보니 캠핑장과 수영장이 눈에 들어온다. 캠핑장 한 켠엔 배구 그물, 해먹, 콘홀 게임대 등이 설치되어 있고 조그만 모닥불도 타오르고 있다. 케이는 모닥불에 꽂혀 한 동안 불씨를 뒤집고 마른 장작을 넣으며 불을 키운다. 제이는 해먹에 누워 구름 흩어지는 파란 하늘에 빠진다. 한참을 머물다 수영장으로 이동. 아쉽게도 뜨거운 물이 나오는 핫텁(자꾸지)은 고장나 운영하지 않았으나, 마시멜로를 구워서 초콜릿과 비스킷에 끼워 먹는 키트를 제공해 주어 스모어를 만들어 먹었다. 먼저 스모어를 만들고 계시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친절한 목소리로 방법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 수영장 물도 따듯한지 젊은 친구들은 어두워질 때까지 수영하며 놀더라.
숙소는 2층 건물의 2층 방. 복층으로 위층에도 침대 하나와 좁은 다락 침대가 있다. 케이는 위층 침대에서 혼자 자기로 했는데, 중간에 잠이 안 와 좁디좁은 다락 침대로 옮겨가 편하게 잠들었단다. 미국 와서 가장 만족스러운 숙소였다고. (202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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