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 3박4일 캠프 마치고 건강하게 도착.
지역 단체가 지원을 받아 봄가을에 캠핑장을 빌려 5, 6학년 학생들을 위한 캠프를 진행한다. 캠핑장은 매해 서너 곳을 새로 계약하거나 갱신하는 듯 했다. 덕분에 학교 수업에 포함되어 무료로 캠프에 참여할 수 있다.
이번에 케이가 참여한 캠핑장은 여기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후드산 근처에 있다. 원래 1920년대 새먼 강(Salmon river)과 후드산에서 낚시나 트래킹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 등의 서비스 제공 포함) 숙소(Arrah Wanna Inn)였다고 한다. 1908년에 녹음된 Arrah Wanna라는 노래에서 숙소 이름을 따온 듯 하다(Arrah Wanna는 아일랜드 남자와 결혼하는 원주민 여인의 이름). 맨 아래 첨부한 그림은 인터넷과 구글맵에서 찾은 것이다. 마지막에서 두번째 그림은, 1920년대 아라 워너 여관을 위해 주변 전경을 담은 그림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캠프 아라 워너 본관에 걸려 있다고 한다. 맨 오른쪽 산이 후드산이다.
출발하기 전 짐을 싸느라 고생을 했다. 여행용 가방이나 듀펠백에 짐을 담아 오라 해서 80리터 용량의 듀펠백을 주문했는데 짐을 싸다보니 (싼게 비지떡이라고) 지퍼가 두 개나 빠져버렸다. 간신히 다시 끼워넣은 후 지퍼가 빠지지 않게 스티커를 붙이긴 했는데 잘 버텨줄 것인지. 케이 픽업하러 갔다가 다른 가족들의 짐을 살펴보니 침낭과 담요를 다른 가방/주머니/비닐팩에 담아 오더라. 우리도 집에 돌아와 뚱뚱한 가방에서 침낭과 담요를 꺼내 다른 주머니에 담았다.
도착하는 날, 아이들이 돌아오기 한 시간 전쯤 학교에 가니 짐들이 먼저 도착해 정리되어 있다. 케이의 짐을 찾아서 챙겨 놓으니 다른 학부모들도 속속 도착한다. 스쿨버스가 예정보다 30분 정도 늦게 도착해서 학부모들이 한참 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간 선생님이 매일매일 캠핑 사진을 공유해 주었지만 케이의 모습을 찾을 수는 없어서 잘 지내고 있는지 걱정이 많았다. 길고 긴 30분이 지나고, 노란 스쿨버스 3대가 도착하고, 아이들이 웃으며 내리고, 부모를 만나 반갑게 포옹한다. 밝게 웃으며 스쿨버스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다.
케이는 선생님과 친구들과 많이 친해졌다고 한다. 의사소통도 걱정했던 것 보다는 괜찮았다고 한다. 많이 듣다보니 그냥 뜻이 통했다고. 정말 통한건지 통한 듯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자신감을 조금이라도 찾았으니 다행이다. 같은 학년이지만 한 살 많은 한국인 션과 같은 팀으로 야외 활동과 숙소를 함께 했다고 한다. 손 피리(오카리나) 부는 법도 배워 왔다. 나도 손 피리를 불어보려 했으나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걸 바로 배웠다니, 우정의 힘인가? 둘째 날 캠프파이어 때는 날이 맑아 하늘 가득한 별과 (흐릿하지만) 은하수도 보았다고 한다. 친해진 캠프 선생님에게 수고했다는 쪽지도 받았다. 다만, 오래 걷는 걸 싫어하는데 대부분의 일정이 산길을 걷는 것이라 힘들었다고도 한다. 그래도 낯설고 움추리게 되는 미국 생활에서 웃음을 찾고 평안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20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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