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은 오리건주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항구 도시인 애스토리아(Astoria)에서 보내기로 했다.
원래 포틀랜드를 북쪽으로 빠져 나가 워싱턴주 벤쿠버를 지나 컬럼비아강을 따라 서해안으로 가는 루트를 생각했는데, 도중에 구글맵이 다른 길로 안내한다. 따라가다 보니 지난번 캐넌비치 가던 서쪽 길로 가다가 시골 길로 들어섰다. 한적한 농촌 경관을 즐기다가 수십명의 모터싸이클 그룹도 만났다.
숙소에 체크인하기 전 애스토리아 컬럼(Astoria Column)에 방문했다. 애스토리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타워로 입장료는 5달러. 초기 유럽 탐험가와 군인들의 인디언 부족과의 만남을 기념하고 있다. 나선형 계단을 빙빙 돌아 오르면 바다, 강, 산으로 둘러싸인 애스토리아 전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아이들이 나무로 만든 작은 비행기를 가져와 아래로 날린다. 떨어진 비행기를 한 아름 모아 온 녀석들도 있다. 케이도 하나 얻어 날려볼 수 있었다. 흰머리 독수리가 하늘을 날다가 나무 꼭대기에 앉는다.
점심으로 포트 조지 브루어리(Fort George Brewery)에서 피자를 먹었다. 무알콜 음료인 루트 비어(root beer)도 한 병 시켜봤다. 루트 비어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마시던 음료로, 식물 뿌리나 열매의 즙에 설탕과 탄산을 섞어 만든다. 한국의 홍삼 액기스, 쌍화탕, 꿀물 등에 탄산을 넣어 마시는 느낌. 원리 루트 ‘티’로 불렀는데, 금주령 때 루트 ‘비어’로 이름을 바꿔서 인기를 얻었다고도 한다.
점심 후에 숙소에 짐을 풀고 컬럼비아강을 건너 워싱턴주의 롱비치(Long Beach)에 다녀왔다.
컬럼비아강을 가로지르는 애스토리아-메글러 다리(Astoria-Megler Bridge)가 매우 인상적이다. 이 다리는 넓디 넓은 컬럼비아강 하구를 가로지르기에 길이가 6.5km에 달한다. 애스토리아 쪽으로 상선이 통행할 수 있도록 해발 60미터까지 높아진 다리는 워싱턴주 메글러 쪽으로 가면 수면 근처까지 낮아진다. 철골 구조로 되어 있어 도로 좌우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데다 갈매기와 기러기가 수면 가까이 날다가 다리 위로 올라와 활공하곤 해서 부딪힐까 아찔하다.
다리를 건너 20여분 정도를 더 가면 충남 태안반도처럼 상하로 길쭉한 반도가 나온다. 40km가 넘는 모래사장이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고 한다. 우리는 마쉬스 프리 뮤지엄(Marsh’s Free Museum) 근처의 입구로 롱비치에 들어갔다. 차들이 모래사장까지 들어갈 수 있다. 몇몇 차량들이 바퀴가 모래에 박혀 움직이지를 못한다. 다들 어딘가에서 픽업트럭을 렌트해 오나보다.
우리는 모래사장 가기 전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준비해간 연을 조립해 한시간 가량 연을 날리며 놀았다. 무선 조종 삼각연 셋을 날리는 사람, 지름 3미터 크기의 용연을 매달아 놓은 사람 등 다양하다. 우리의 용연도 그럭저럭 크기가 커서 잘 날아 올랐다. 바람에 세서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진 않다. 그냥 잘 난다.
밤에는 숙소 앞 산책길에 나와 초승달 관찰. 근처 어딘가에서 컹컹거리는 바다사자 소리도 들었다. 아쉽게도 은하수와 오로라 관찰은 오늘도 실패. (202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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