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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 일년살이

일상

by 포틀랜드 일년살이 2024. 11. 28.

올랜도 여행 다녀온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주 수, 목요일엔 냉장고를 채우느라 마트에 다녀온 것을 빼곤 아무것도 안하고 쉬었다.

금요일엔 포틀랜드 대학교에 가을학기부터 방문학자 프로그램에 새로 온 서울시 공무원들과 만났다. 서울시는 포틀랜드 대학교와 협정을 맺어 매년 4명씩 연수를 보낸다고 한다. 방문학자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L교수님이 함께 하셨다. 한 시간 정도 차 마시며 얘기한 후 점심은 멀리 후드산과 가까이 윌러밋 강이 보이는 식당(Chart House)에서 런치 메뉴를 먹었다.

내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동안 제이와 케이는 멀트노마 공공 도서관에 방문했다가 더니웨이 호텔, 애플 스토어, 파이오니어 스퀘어를 돌아다니다가 치폴레에서 멕시코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

주말에는 집 안 청소, 현관 앞 제비집에 사는 새끼 제비 두 마리가 가득 싸 놓은 제비똥 치우기, 빨래, 발코니에 오는 새 떼 관찰하기, 헬스장에서 운동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새끼 제비들이 날아다니면서 먹이를 찾을 수 있게 되면 풀숲이나 나무 위에서 잠을 잔다고 한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제비집에서 멀뚱멀뚱 쳐다보는 새끼 제비 두 마리가 한 없이 귀여워서 제비똥 정도는 참아 준다.

이번주 월요일, 화요일은 다시 일상. 두 주만에 윌슨빌 공공 도서관 영어 수업에 참가 했다. 케이는 월요일 초급반 수업에 다시 들어가기도 했다. 화요일엔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에 타이거드 홀푸즈 매장 안에 있는 아마존 픽업 존에서 지난주에 주문한 아이패드 에어를 받아 왔다. 지난주 수요일까지가 아마존 프라임 세일 기간이었기에 보통 하루면 오던 배송이 일주일 가까이나 걸렸다. 아무래도 비싼 물건이니 집 주소로 배달시키면 파손되거나 잃어버릴 수도 있겠다 싶어 아마존 픽업존으로 배달시켰다. 이메일로 온 바코드를 보여주니 바로 물건을 찾아 준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픽업존으로 물건을 배달시키는 듯. 픽업존에 도착한 물건은 3주 가량 보관해준다.

어제 저녁 싱크대 수도꼭지가 고장이 나서 아파트 앱에 수리 요청을 했다. 오늘 케이는 집에 남아 있고, 나와 제이는 트라이언 크릭 주립공원에 다녀왔는데, 그 사이에 직원들이 수도꼭지를 수리하고 갔단다. 케이가 딴 일 하는 사이 응답이 없자 (케이가 문을 열어주러 나가는 순간) 마스터 키로 집 문을 열고 들어왔다고 한다. 수리 요청할 때 entry note 칸에 뭘 써야할 지 몰라 ‘낮 동안 아무 때나(anytime during the day)’라고 썼다. 집 주인이 세입자의 집에 들어와도 좋다는 허가였던가.

거의 한달 만에 간 트라이언 크릭 주립공원은 한동안 비가 오지 않아서인지 땅이 말라 있다. 개울가에 물이 흐르긴 하는데 땅이 푸석푸석해 신발에 살짝 먼지가 내려앉을 정도. 오늘은 단풍나무 길을 돌았는데, 여름이라 꽃은 볼 수 없고 터줏대감 로빈도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 초등학교 친구들이 캠프를 왔는지 각자 배낭을 메고 고등학생 인솔자를 따라 재잘거리며 지나간다. 아래 세번째 사진에서 팔자 모양으로 남은 나무는 비버가 갉은 흔적이 아닐까 한다. 따로 설명이 없어서 맞는지는 모르겠다.

오후 간식으로 뉴시즌즈 마켓에서 사온 옥수수를 쪄 먹었다. 옥수수 알갱이의 껍질이 얇고 수분이 많아 한알 한알 떼어 먹을 수가 없다. 톡톡 터지는 달디단 옥수수다. (2024.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