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올랜도 여행 일곱째 날. 탬파(Tampa) 방문.
오전 11시에 힐튼 호텔에 있는 Avis 지점에서 쉐보레 말리부를 다시 렌트해 왔다. 원래 악어를 볼 수 있는 개톨랜드(Gatorland)를 가고자 했으나, 날이 너무나 더워 야외에서 세 시간이나 돌아다니는 것이 불가능할 듯 하여, 길쭉한 플로리다주의 서쪽에 있는 탬파(Tampa)에 다녀오기로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의 그 탬파다. 탬파만의 외곽인 세인트피터즈버그 시에 야구 구장이 있다. 우리는 특별한 관람이나 활동은 안 하고 탬파만 안 쪽을 차로 다니며 구경했다.
구글맵에 탬파 리버워크를 찍고 1시간 20분을 달려 도착했으나 다운타운에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 조금 헤매다 탬파리버센터 건너편 길가 주차 공간에 차를 세우고 로렐 스트리트 브릿지(Laurel Street Bridge)를 통해 탬파리버센터로 건너갔다. 힐스보로 강의 탬파리버워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탬파리버센터는 기업이나 가족들이 공간을 빌려 행사하는 공간이더라. 입장 불가. 폭염에도 축구 수업을 하는 학생들과 리버워크를 뛰는 청년들이 있었으나, 우리는 숨 쉬며 걷는 것도 무리다. 탬파만 가장 안쪽에 위치한 플로리다 수족관도 들렀으나 공장, 물류창고, 철도 등의 공업지역이 보이는 경관이라 실망. 수족관이나 바로 옆 쇼핑몰에 들어가면 분위기가 다를테지만 케이가 거부권 행사.
우리는 점심을 위해 찜해 둔 쿠바식 샌드위치 매장(La Segunda Central Bakery)으로 이동했다. 이보 시티(Ybor City)에 위치해 있다. 이보 시티는 쿠바와 가까워 쿠바식 담배인 시가 공장이 만들어지면서 형성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시가와 마피아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을 터이다. 대공황 이후 시가 산업이 쇠퇴하고 1980년대 이후 이보 시티의 활력은 떨어졌다. 우리가 찾은 샌드위치 매장은 1915년에 Ybor City 15번가에 문을 연 오래된 식당으로 오후 세 시면 문을 닫는다. 샌드위치 맛은 매우 좋았다. 하지만 이미 쇠락한 다운타운이라 주변 지역은 낡고 황량했다. 식당은 좌석이 따로 없고, 식당 건물을 포함해 도로에는 차를 주차해둘 경우 차가 부서져도 당신의 책임이며 행정이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가 붙어 있다. 그래도 여기는 쿠바식 문화를 간직한 역사지구로 지정되었다고 하니 7번가와 함께 도시재생의 길을 걷게 될까? 준비 없이 와서 잘 살펴보지 못해 아쉽다.
좀 더 남부 휴양 도시다운 분위기를 느껴보기 위해 데이비스 아일랜드의 작은 비치를 찾아갔다. 길쭉한 공간을 따라 자가용 비행기들이 이착륙하는 공항(Peter O. Knight Airport)이 위치해 있고 더 들어가니 맹그로브가 심어 있는 좁은 모래사장과 요트를 위한 항구가 함께 있는 비치가 있다. 바닷물까지도 따뜻할 정도의 날씨에도 요트를 타고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변 마을을 돌아보니 잘 관리된 마당, 요트, 서너개의 차고를 갖춘 커다란 집들이 모여 있다. 휴양 겸 은퇴 후 삶을 즐기는 느낌. 20분 정도 거리에 공군 기지(MacDill Air Force)까지 이어진 마을이 모두 비슷한 느낌. 가로수와 집을 감싸는 나무들이 거대한 것으로 보아 꽤 오래전에 만들어진 마을들일 것이다.
짧은 탬파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저녁과 밤을 즐겨보자 하였으나 날씨가 허락해주지 않는구나.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면서 올랜도의 마지막 저녁을 마무리. (2024.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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