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올랜도 여행 여섯째 날.
오전 10시 30분에 유니버설 스튜디오로 출발했다. 오늘의 반드시 달성해야할 목표는 해그리드의 모터바이크를 타는 것이다. 때문에 지난번과 달리 어드벤처 아일랜드로 곧장 입장했다. 호그스미드까지 빠른 걸음으로 한참을 올라갔지만 대기 시간을 보니 80분. 여전히 길구나. 하지만 오늘만큼은 어쩔 수 없지. 다행히 실외는 이미 엄청 더웠지만 실내로 들어가니 견딜만 한 온도였다. 벽과 실내에 각종 마법 동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깜깜해서 자세히 관찰하기는 어렵다. 앞에 선 5명의 어린 친구들(남자 1명 여자 4명)은 영어 단어 맞추기 게임을 하며 즐겁게 한 시간을 버티더라. 저 게임이 저리 즐겁나? 아니 청춘이 함께인데 무슨 게임인들 재미없으랴. 우리도 덩달아 웃는다.
케이와 제이가 앞 모터바이크 사이드카에 타고 나는 익스프레스 티켓으로 들어온 모르는 청년과 같이 탔다. 키 큰 청년은 모터바이크 본체에 올라타고 싶었겠지만, 나도 폼을 내 보고 싶으니, 당신은 사이드 칸에 앉으시오. 명불허전. 모터바이크는 이야기를 따라 순간순간 가속하고 정지하며 위아래 좌우로 내달린다. 마법 동물들을 만나고 길이 끝나 하늘로 치솟을 듯 하다가 뒤로 떨어져 내리고 바닥이 붕괴되며 한 층 떨어지기도 한다. 엄청 무서운 코스가 아니면서도 이렇게나 스릴이 넘치다니.
목표를 달성했으니 뭘 할까 고민하면서 버터비어 세 잔을 사서 마셨다. 앱을 보니 벨로시코스터 대기 시간이 30분밖에 안 된다. 갑자기 타고 싶다는 의욕이 왜 생겼을까. 제이와 케이는 탑승을 거부하고 쥬라기 박물관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나만 혼자 벨로시코스터를 타러 갔다. 통로 중간중간 공룡들을 가둬두고 실험하는 장면들을 만들어 놓았다. 핸드폰도 가지고 타면 안 되기에 승강장 바로 밑에 작은 락커에 짐을 맡겨야 한다. 하지만 핸드폰 앱이 없으면 라커를 열 수 없는데? 순간 당황하고 있었더니 직원이 웃으며 바코드가 찍힌 표를 나누어 준다. 앞과 옆자리에 앉은 청년 셋은 출발 전부터 손 놓고 타자고 자기들끼리 외치더니 정말 끝날 때까지 손 높이 들고 타더라. 나는? 레일이 비틀어져 회전할 때마다 고개가 이리저리 꺽이고 발이 공중에 붕 떠버리는 통에 손잡이를 꼭 잡고 버텼다. 버텨냈다. 이렇게 빠른데 중간에 한 번 더 급가속을 하다니. 나는 한 번 경험한 것으로 충분.
충격을 딛고, 남은 시간은 급행열차를 타고 유니버설 플로리다 쪽으로 넘어가 즐기기로 했다. 일단 케이는 그제 산 호그와트 교복을 다시 입었다. 하지만 급행열차를 탑승하고, 다이애건 밸리의 으슥한 곳에 있는 어둠의 마법 용품을 파는 녹턴 앨리를 방문한 후 그리몰드 광장 거리로 나오자 더워서 계속 입고 있기는 불가. 해리포터의 대부 시리우스 블랙의 집이자 불사조기사단 비밀본부로 사용된 12번지 건물 대문을 두드리면 2층에서 누군가 커튼을 열고 내다본다. 누구냐, 넌?
시원한 상점들을 계속 들락날락했지만 너무 더웠다. 소시지핫도그와 콜라를 사 먹은 후에도 기운이 돌아오진 않는다. 해리포터 테마의 어트랙션을 더 타고 싶었지만 대기시간이 길어 포기. 기다리는 줄이 거의 없는 맨인블랙 어트랙션과 ET 어트랙션 탑승. ET 어트랙션은 오래되어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폐지하고 싶어했으나 스필버그 감독이 대노하며 반대하여 유지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 오래된 기구인 것이 티 나지만 통로 구간의 (인공) 숲과 자전거 타고 날아가며 보는 풍경과 ET 고향의 수많은 생물들의 모습이 나름 힐링되는 포인트. 이후 케이는 쿵푸팬더 구역에서 물놀이. 가장 즐겁게 웃는다. 그래, 아이들에게 값비싼 놀이기구가 뭔 필요겠냐. 모두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희망을 부추겨 자기 욕심을 채워보는 어른들의 욕망 덩어리가 아니냐. 옷이 다 젖은 상태에서 입구 쪽으로 이동하다가 (호그와트 교복을 꺼내 입고) 트랜스포머 탑승. 이 더운 날에도 실내는 젖은 옷으로 들어가 버티기에는 춥더라.
갑자기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리기 시작한다. 갑자기, 뭐지? 사람들의 시선과 동선이 바뀌었다. 우리도 따라서 어드벤처 아일랜드를 빠져나와 걸음을 옮기는데 시티워크를 지날 때 비가 폭포처럼 쏟아진다. 후다닥 기념품점으로 피신했다. 케이는 번개치고 비가 쏟아지고 빗물에 젖은 사람들이 피신해오고 상점 내 상품들을 처량하게 구경하는 이 시간을 신기해하며 좋아했다. 신나게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다.
한참을, 아마 1시간 여, 기다리다 작은 우산을 하나 산 후 우버 승하차장으로 이동. 에휴, 10달러면 오던 우버가 30달러를 부른다. 다행히 리프트 앱에서는 평소처럼 10달러. 하지만 15분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운전자가 취소. 이해한다. 멀리서 상황을 모르고 10달러에 수락했겠지만 근처에 오니 차도 막혔고 30달러를 부르는 손님이 많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절대 욕하지 않았다. 아니 욕할 틈도 없이 리프트 앱에서 자동으로 다른 차를 배정하더라. 10분을 더 기다린 후 탑승. 비도 점차 그치고 우리도 무사 귀환. (202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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