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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 일년살이

컬럼비아강 신들의 다리_화산 형제들의 이야기

by 포틀랜드 일년살이 2024. 11. 28.

오늘은 컬럼비아 강 상류 쪽을 돌아다녔다.

몇달 전에 멀트노마 폭포를 다녀온 후 컬럼비아 강을 다시 방문할 기회가 없었다. 내일부터 날이 더워진다는 소식에 그나마 조금이라도 걸을 수 있을 때 전에 못 가본 컬럼비아 강 주요 포인트를 방문해 보기로 했다. 여기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후드강 합류 지점을 지나 로웨나 크레스트 뷰 포인트(Rowena Crest Viewpoint)까지 가볼까도 했으나 많이 피곤할 듯 하여 신들의 다리(Bridge of the Gods) 근처의 컬럼비아 고지 박물관(Columbia Gorge Museum)을 일차 목표지로 했다.

오리건 주에서는 유료 도로나 유료 다리를 만난 적이 없는데, 오리건주와 워싱턴주를 연결하는 신들의 다리는 지날 때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 다리는 오리건주 캐스케이드락 시(the city of Cascade Locks)에서 소유하고 관리하고 있다. 승용차 통행료는 (구글맵 정보에서는 1.25달러였는데 실제로는) 3달러다. 일년에 거의 450억원 정도의 요금을 징수한다고 하니 조그만 시 입장에서는 (다리 관리비를 제외한다고 해도) 엄청난 수입원인 셈이다.

신들의 다리는 오리건주와 워싱턴주 지역에 살았던 원주민들의 신화에도 나온다. 아주 오래 전 (아마도 1000년쯤 전) 상류의 산사태로 흙이 대량으로 내려와 (마치 댐처럼) 강을 막고 있을 때 컬럼비아강 양 편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고 한다. 차츰 자연 댐이 훼손되기 시작하자 강을 건너다니기가 위험하게 되면서 양 편이 교류하기 어려워 졌다. 이에 현명한 자들이 돌로 만든 다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다리조차 기상재해로 자꾸 무너져 내리자 위대한 신 Manito가 ‘신들의 다리’라는 이름을 내리고, 늙고 현명한 여신인 루-윗(Loo-Wit)에게 수호를 맡겼다. 동시에 위대한 신은 세 아들인 전사 멀트노마(Multnomah), 토템 제작자 클리키타트(Klikitat), 노래하는 자인 와이이스트(Wyeast)를 내려보냈다. 현재 이름으로 멀트노마는 레이니어 산, 클리키타트는 아담스 산, 와이이스트는 후드 산이라고 한다. 문제는 아름다운 스퀘어 산(Squaw Mountain)이 실제로는 와이이스트를 사랑하면서도 클리키타트를 좋아하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둘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다는 점이다. 둘은 불을 뿜고 거대한 돌을 던지며 격렬하게 싸웠다. 수호자 루-윗이 막아보려 했지만 신들의 다리도 부서져 내렸다. 결국 클리키타트가 승리했지만, 절망한 스퀘어는 클리키타트 옆에서 와이이스트를 그리며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위대한 신 Manito는 분노하였고 잔잔했던 컬럼비아 강은 거센 풍랑이 휘몰아치는 강으로 바뀌어 버렸다. 다만, 위대한 신은 신들의 다리를 수호하려 애 쓴 루-윗에 대한 보답으로 그녀를 헬렌 산으로 바꾸어 주었다. 워싱턴주와 오리건주에 걸친 캐스캐이드 산맥의 눈 덮힌 화산들에 대한 그럴 듯한 신화다. (물론, 현재 신들의 다리는 신화에서 이름만 빌려왔을 뿐 20세기 초에 새롭게 건설된 것이다.)

오전에 컬럼비아 고지 박물관을 갈 때는 워싱턴주 쪽의 도로로 움직였다. 워싱턴주 쪽 강가는 경사가 급해 절벽 위에 구불구불한 일차선 도로가 계속 이어져 있다. 컬럼비아 강을 내려다보는 뷰포인트가 중간중간 있다. 마치 피라미드처럼 정상이 깍인 산(Table Mountain)도 있다. 두 형제의 싸움으로 떨어져 내린 돌 중 가장 커다란 비콘 록(Beacon Rock)이 있는 주립공원, 1930년대 지어진 보네빌 댐(Bonneville Dam)도 지나며 볼 수 있었다. 여유가 있었다면 내려서 살펴보았을 텐데 아쉽다. 컬럼비아 고지 박물관은 작지만 컬럼비아강의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게 잘 구성되어 있었다. 1980년 헬렌 산의 화산 폭발, 비콘 록 근처를 운행하던 증기선, 퀼트 등의 사진과 작품도 볼만 했다. 아래 세 번째 그림을 보면, 헬렌 산이 폭발하는 과정을 그려 놓았다. 화산이 폭발하는 와중에도 작은 설치 동물들은 굴에 들어가 폭발의 영향을 피했다는 내용을 표현하고 있다. 대단하다!!!

박물관을 나와 신들의 다리를 지나 피시 마켓(Brigham Fish Market) 식당에서 연어 빵과 닭 튀김을 먹고 멀트노마 폭포로 갔다. 지난 번 주차한 폭포 바로 앞 공간은 주차가 어렵기도 하고 유료로 바뀌었다고 하여 도로 가운데 있는 주차장으로 갔는데 다행히 자리가 비어 있다. 하지만 여기도 (비싸지는 않지만) 차량 당 2달러의 입장료를 미리 결재해야 했다. 방문 시간은 한 시간으로 제한되고 인원이 차면 폭포에 입장할 수 없는 듯 하다. 우리는 3시에 도착하니 4시부터 입장하는 것으로 결재할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히 입구의 관리자들은 결재 유무만 확인하고 통과시켜 준다. 멀트노마 폭포는 수량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아름답고 경쾌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봄에 왔을 때는 돌에 부딪쳐 날리는 물방울들이 얼굴을 따갑게 치고 무지개를 수없이 만들어 냈으나, 가뭄인 여름에는 얌전하게 떨어져 내리고 있다. 전에 추워서 먹지 못한 아이스크림도 먹어 봤다.

또 다른 목표였던 비스타 하우스(Vista House at Crown Point)는 화요일과 수요일에 문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컬럼비아 강 전경을 바라보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기에 포틀랜드 위민스 포럼(Portland Women’s Forum)을 들른 후에 방문했다. 아마 젊은 남녀들이라면 저녁에 비스타 하우스에서 커피를 주문해 마시며 컬럼비아 강의 석양을 바라볼 것인데, 피곤한 우리는 그 호사를 누리진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2024.7.31.)